[연합시론] 미국 통상 공세, 드디어 한국 조준하나

입력 2017-03-09 20:29
[연합시론] 미국 통상 공세, 드디어 한국 조준하나

(서울=연합뉴스) 미국이 보호무역주의 공세의 칼끝을 서서히 한국에 겨누는 분위기다. 미국 상무부는 8일(이하 현지시간) 현대중공업의 대형 변압기에 대해 61%의 반덤핑 관세를 최종 판정했다. 작년 9월 내려진 예비판정(3.09%)의 20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현대중공업은 "예비 판정과 비교할 때 최종 관세율이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다"며 "미국 국제무역법원(CIT) 제소 등 이의제기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의 소명 자료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하지만 미 정부의 보호무역주의와 통상 공세의 여파로 보는 관측이 많다.

피터 나바로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의 최근 발언도 국내 업계에 충격을 줬다. 나바로 위원장은 6일 전국기업경제협회 총회에서 "(한국의) LG와 삼성이 반덤핑관세 확정 이후 중국에 있던 공장을 베트남과 태국으로 옮겨 불공정 무역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올해 초 세탁기 생산공장을 중국에서 동남아시아로 옮겨 반덤핑 관세를 피했다는 주장인 것이다. 하지만 삼성, LG 정도 되는 글로벌 기업들은 교역환경의 변화에 맞춰 생산 기지를 옮기는 것이 다반사다. 게다가 삼성과 LG전자가 생산공장을 옮긴 시점은 지난해여서, 미 상무부의 반덤핑 관세와 직접 연관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최근 나온 미국 무역대표부(USTR) 보고서도 불길한 신호다. USTR는 1일 발표한 연례보고서에서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을 상당히 강하게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보고서는 대외 무역협정의 재검토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한미FTA 발효 이후 미국의 대 한국 무역적자가 두 배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도 한미 FTA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적지 않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보고서는 작년 6월 "미국이 2015년 한국과 교역에서 283억 달러 적자를 냈는데, 한미FTA가 없었으면 적자 규모가 440억 달러에 달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최근 '한미 FTA 5주년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미국의 한국 수입시장 점유율은 FTA 발효 전인 2011년 8.5%에서 2016년 10.64%로 올라 1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분석했다.

보호무역은 미국이 경제를 살리는 데 궁극적인 해법이 되기 어렵다고 본다. 모건스탠리 아시아지역 회장을 지낸 스티븐 로치 미국 예일대 교수는 8일 파이낸셜타임스 기고문에서 "미국이 무역적자 문제를 풀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은 분에 넘치는 국내 소비를 줄이는 대신 저축을 늘리는 것"이라며 "보호무역은 정직한 메시지를 전하지 않고 책임만 전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정부는 전문가들의 이런 합리적인 의견에 귀를 열어야 한다. 보호무역보다 자유무역이 세계 경제의 파이를 키우는 데 더 효과적이었음을 역사는 증명한다. 우리 정부는 양국 간 자유로운 무역의 장점을 트럼프 정부에 좀 더 강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경제 분야 장관들 간의 대화와 교류를 확대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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