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벌금폭탄에 적자 난 ZTE…뒷배 中정부 믿나 '자신만만'

입력 2017-03-09 17:14
美 벌금폭탄에 적자 난 ZTE…뒷배 中정부 믿나 '자신만만'

4년 만에 순손실…"올 1분기 순이익 최대 32% 증가" 자신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ZTE(중싱<中興>통신)가 미국으로부터 거액의 벌금을 부과받은 영향으로 4년 만에 연간 적자를 냈다.

ZTE는 8일(현지시간) 지난해 한 해 동안 23억6천만 위안(약 3천942억원) 상당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이 보도했다.

이는 2012년 연간 순손실을 기록한 이후 4년 만에 첫 적자다.

미국의 대(對)북한-이란 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11억9천200만 달러, 한화로 1조3천억 원에 달하는 거액의 벌금을 내게 된 것이 ZTE 실적에 큰 타격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ZTE는 퀄컴, 마이크론테크놀러지 등 미국 기업으로부터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제품을 대량으로 사들인 뒤 이를 북한과 이란에 수출해 미국의 제재를 어긴 혐의로 미국 상무부의 제재를 받았다.

이번 벌금을 제외하면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보다 19.2% 오른 38억2천만 위안을 기록했을 것이라고 ZTE는 설명했다.



적자 전환 소식에도 ZTE 측은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

당장 올해 1분기 순이익이 최소 21.1%에서 최대 31.7%가량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자오셴밍(趙先明) ZTE 회장은 "ZTE가 조직과 구조, 사업 절차, 내부 운영 전반을 점검했다"며 "미국 수출 규정을 준수하기 위한 필요한 조처를 다 했다"고 설명했다.

ZTE가 사실상 중국 국유기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자신감도 무리는 아니다.

지난해 ZTE의 IR 자료에 따르면 ZTE의 대주주는 중싱신(中興新)이며, 중싱신의 지분은 시안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기술 연구소와 선전 에어로스페이스 광위가 각각 34%, 17%를 보유하고 있다.

중싱신의 이사회 9명 가운데서도 3명은 시안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가, 2명은 에어로스페이스 광위가 지명한다.

시안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1965년 설립된 국영 연구소 '중국 항공전자기술 연구소'의 자회사이며, 에어로스페이스 광위가 1989년 설립된 국영 기업 CASIC 선전의 자회사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ZTE는 간접적으로 중국 정부의 손길이 미치는 기업인 셈이다.

한편 시장에서도 ZTE 주가는 고공행진했다. 벌금 부과 사실이 전해진 전날 홍콩 증시에서는 장중 8.9%까지 뛰었다가 6.07% 상승 마감했다. 중국 선전(深천<土+川>)에서는 거래가 중지된 상태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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