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전설 파머 타계하자 파머 주최 골프 대회 외면받나

입력 2017-03-10 03:03
골프 전설 파머 타계하자 파머 주최 골프 대회 외면받나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에 정상급 선수 대거 불참 논란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미국프로골프(PGA)투어가 지난해 9월 타계한 골프 전설 아놀드 파머(미국)가 주최하는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을 놓고 시끄럽다.



발단은 오는 16일부터 열리는 PGA 투어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셜에 상위 랭커들이 줄줄이 불참을 결정하면서다.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은 PGA투어 선수들에게는 '필수 참가' 대회 가운데 하나였다.

PGA투어 선수의 연간 출전 대회가 30개를 넘지 않는다. 정상급 선수는 20개가 조금 넘을 뿐이다.

50개에 육박하는 PGA투어 대회 가운데 상위 랭커가 빠지지 않고 출전하는 대회는 플레이오프를 빼면 10개 안팎이다.

'필참' 대회 목록에는 메이저대회 4개와 플레이어스챔피언십,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시리즈 3개 대회(멕시코챔피언십, 델 매치 플레이,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와 함께 메모리얼 토너먼트와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이 올랐다.

메모리얼 토너먼트는 잭 니클라우스(미국)가 주최한다.

선수들은 니클라우스와 파머에 대한 존경심과 영향력 때문에 웬만하면 메모리얼 토너먼트와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엔 빠지지 않으려 했다.

두 '전설'이 "올해 내 대회에 나와줄 거지?"라고 말을 건네면 "아뇨, 못 갑니다"라고 거절할 선수는 거의 없다. 니클라우스와 파머는 이런 식으로 자신이 주최하는 대회에 특급 선수들을 대거 출전시켰다.

하지만 올해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은 예년과 달리 썰렁해질 전망이다.

대회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세계랭킹 25위 이내 선수 가운데 단 10명 만 출전 신청을 냈다.

세계랭킹 1위 더스틴 존슨과 조던 스피스, 저스틴 토머스, 패트릭 리드, 필 미컬슨(이상 미국), 애덤 스콧(호주),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가 출전 신청을 하지 않았다.

그나마 디펜딩 챔피언이자 세계랭킹 2위 제이슨 데이(호주)와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리키 파울러(미국), 마쓰야마 히데키(일본)는 출전하기로 했다.

문제는 이번 대회가 파머가 세상을 뜬 뒤 처음 열린다는 사실이다.

빌리 호셜(미국)은 트위터에 "다들 저마다 일정이 있다지만 아놀드 파머가 세상을 뜬 뒤 처음 열리는 대회 아니냐"며 "실망스럽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올해는 '전설'을 추모하는 대회"라고 덧붙였다.

파머 생전에는 파머의 위세에 눌려 출전했던 선수들이 파머가 타계하니 등을 돌렸다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를 남겼다.

호셜의 분노에 찬 트윗이 전혀 근거가 없는 건 아니다.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이 외면받는 이유는 상금이 많은 특급 대회 사이에 낀 일정 탓이다.

이 대회는 세계랭킹 기준으로 상위 64명만 출전하는 델 매치 바로 앞 주에 열린다. 또 메이저대회 못지않은 거액의 상금이 걸린 WGC 멕시코 챔피언십 2주 뒤에 개최된다.

매주 대회를 뛸 수 없는 선수들은 쉬는 대회와 참가할 대회를 골라야 한다. 파머가 타계하자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셜을 쉬는 대회로 분류한 선수가 많아졌다는 추론이다.

그렇지만 대놓고 빠진 선수를 비난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올해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공동 주최자'를 맡은 그래임 맥도월(북아일랜드)은 "선수들이 모든 대회를 다 출전할 수는 없으니 출전하지 않는 선수들을 이해한다"고 밝혔다.

정상급 선수를 가능하면 많이 대회에 출전하게끔 하는 게 '공동 주최자'의 직분이지만 맥도월은 선수 입장을 헤아린 셈이다.

불똥은 PGA투어 사무국으로도 튀었다.

3월에 특급 대회를 너무 많이 배치한 게 원인이라는 얘기다.

어니 엘스(남아공)는 "파머의 대회에 많은 선수가 빠지는 건 실망스럽지만 그렇다고 빠진 선수를 탓할 수는 없다"면서 "WGC 대회 사이에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이 들어 있으니 선수들이 쉴 수가 없다"고 골프채널에 말했다.

그는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에 출전하지 않는다고 해서 파머를 존경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WGC 멕시코챔피언십을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2주 앞이 아니라 3∼4주 앞에 배치하거나 WGC 델 매치 플레이를 시즌 초반으로 옮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다른 선택을 한 선수도 없지 않다.

세계랭킹 6위 헨리크 스텐손(스웨덴)은 WGC 델 매치 플레이를 출전하지 않고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에 나가기로 했다. 그는 "매치 플레이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라는 이유를 댔다.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에 출전 신청을 낸 파울러도 델 매치 플레이에 출전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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