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세계 41위 이스라엘, 서울라운드 전승으로 접수
한국-대만-네덜란드 연파하고 조 1위로 1라운드 통과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축구에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이 있는 것처럼, 야구에도 WBSC(세계야구 소프트볼총연맹) 월드 랭킹이 있다.
세계 각국의 야구 수준에 점수를 매겨 평가하는 방식인데, 국제대회에 많이 나온 팀이 점수가 높을 수밖에 없다.
이 순위에서 일본은 5천699점으로 1위, 미국이 4천928점으로 2위, 한국이 4천849점으로 3위를 지키고 있다.
여기에서 이스라엘을 찾으려면 한참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
104점을 얻은 이스라엘은 41위를 기록 중이다. WBSC에 등록한 국가는 125개국이며, 단 1점이라도 얻은 국가는 72개국이다.
이처럼 이스라엘은 좋게 말해도 '야구 강국'이라는 호칭을 붙이기 어렵다.
2007년에는 6개 팀과 120명의 선수를 갖춰 세미프로리그를 잠시 운영했지만, 수익 창출 실패로 1년 만에 문을 닫기도 했다.
이런 이스라엘이 세계 최고 규모의 야구 축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서울라운드 A조를 1위로 통과할 줄 누가 예상했을까.
이스라엘은 9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네덜란드와 A조 최종전에서 4-2로 승리했다.
6일 한국과 공식 개막전에서 2-1로 승리하며 '파란'을 예고한 이스라엘은 7일 대만까지 15-7로 대파하며 잔잔한 파도가 아닌 태풍임을 입증했다.
그리고 현역 메이저리거가 다수 포진한 네덜란드마저 제압하며 A조 1위로 일본 도쿄에서 열릴 2라운드에 진출했다.
사실 이스라엘은 A조 4개국 가운데 유일하게 예선 라운드를 거치고서야 본선 티켓을 얻은 팀이다.
작년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최종 예선에서 브라질과 영국, 파키스탄을 꺾은 이스라엘은 이번 WBC에 처음으로 출전했다.
한때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던 선수와 마이너리그 선수로 꾸린 이스라엘 대표팀 놓고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 언론에서도 높은 평가를 내리지 않았다.
그래서 이스라엘이 개막전에서 한국에 승리했을 때 뉴욕 타임스는 "최고의 기적"이라는 표현을 썼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3전 전승으로 기적이 아닌 실력으로 A조를 정복했다.
이번 대회 이스라엘의 돌풍은 강력한 결속력과 절박함에서 비결을 찾을 수 있다.
유대인들은 종교적인 이유로 머리를 가리기 위한 '키파'라는 작은 모자를 쓴다.
이스라엘 대표팀의 대다수 선수도 키파를 대표팀 모자 안에 착용하고 경기를 치렀다.
원래 결속력이 단단하기로 이름난 이스라엘은 작은 모자에서부터 하나로 묶여 있던 셈이다.
또한, 이스라엘 대표팀의 대다수 선수는 마이너리그 소속이다.
이들은 WBC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더 높은 무대로 올라갈 길이 열릴 거라는 믿음으로 이번 대회를 치르고 있다.
"야구 축제가 아닌 구직 활동"이라는 한 이스라엘 선수의 표현에서 WBC에 임하는 절박함을 느낄 수 있다.
이제 이스라엘은 또 하나의 기적을 준비하고 일본으로 떠난다.
세계 야구계는 2017 WBC 1라운드 최고 돌풍의 팀 이스라엘의 행진이 어디까지 계속될지 주목한다.
4b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