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집 전격 방문한 반기문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여성의날 맞아 비공개 방문 "위안부 합의 할머니들이 만족해야"
(광주=연합뉴스) 김경태 기자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8일 경기 광주 나눔의 집을 전격 방문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만났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오후 2시 30분께 부인 유순택 여사와 함께 나눔의 집을 찾아 "제가 여러 번 공개적으로 얘기했지만, 할머님들이 만족해하고 원을 다 씻어주지 않으면 만족할 합의를 이룰 수 없다. 할머니들의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엔이 정한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할머니들이 겪으신 고통과 시련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고자 찾아왔다"면서 "지금은 유엔 사무총장이 아니고 정부에 속해 있지도 않지만, 전직 총장으로서여러분이 역사적으로 겪은 일이 해결될 수 있게 국제사회에서 활동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아울러 "사무총장으로 재직할 당시 세계 모든 여성이 인격을 박탈당하지 않고 행복하게 잘 살고 여러분같이 역사에 희생되는 분들에게 도움되려고 노력했다"면서 "하지만 아무리 잘해도 그 고통을 대신 할 수 없다"고 소회를 전했다.
이어 "아직 끝난 게 아니다. 할머님들이 만족해야 한다. 일본 총리가 문서로는 했지만, 말로는 사죄를 안 했다"라면서 "후손들이 할머니들 고통 위에서 사는 것을 역사적 교훈으로 생각하고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는 이옥선, 박옥선, 강일출, 하점연 할머니 등 피해자 4명이 함께 했다. 언론에 알리지 않은 채 나눔의 집을 찾은 반 총장은 약 1시간 머물며 역사관, 교육관 등도 둘러봤다.
이옥선(90) 할머니는 "이렇게 변할 줄 몰랐다. 합의가 잘못되지 않았나. 그런데 왜 총장님 그렇게 말씀하셨나. 섭섭했다. 피해자들은 여기 있는데 누가 합의하나"라며 "우리가 다 죽었어도 이 문제 해결하고 우리 명예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반 총장은 지난 1월 입국 이후 대선 행보 과정에서 자신의 '위안부 합의' 관련 발언 진의에 대한 논란이 빚어지고, 그에 대한 기자들의 집요한 질문에 격한 반응을 보여 곤욕을 치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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