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덤핑 사기 방치한 영국, EU에 2조4천억원 물어낼 판

입력 2017-03-08 17:27
중국산 덤핑 사기 방치한 영국, EU에 2조4천억원 물어낼 판

영국 세관당국 태만으로 EU 관세·부가세 수십억유로 손해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영국이 중국산 상품 초저가 덤핑 사기를 막지 못해 유럽연합(EU)에 거액의 손실을 입힌 실책으로 최대 20억 유로(약 2조4천217억원)를 물어내야 하는 처지에 빠졌다.

8일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에 다르면, EU의 부패감독청(OLAF)이 EU 사상 최대 규모의 관세 사기사건을 조사한 결과 영국 세관 당국이 중국 섬유류와 신발 등이 생산비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는 초저가에 EU로 덤핑수입되게 하는데 핵심 역할을 했다고 결론 내렸다.

부패감독청은 영국 세관 당국의 '지속적인 태만' 때문에 EU가 중국 상품에 부과할 수 있었던 19억8천700만 유로를 손해 봤다고 계산했다.

또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등 주요 EU 회원국들의 부가가치세 수입도 약 32억 유로의 손해가 났다고 밝혔다.

부패감독청은 손실된 재정을 일부나마 벌충하기 위해선 영국 정부가 20억 유로를 EU 재정에 강제 납부토록 해야 한다고 EU 집행위원회 예산총국에 권고문을 보냈다.

납부 금액 규모는 영국과 집행위원회 간 협상 등에 따라 정해지게 된다.

부패감독청은 "이 사기의 결과가 아직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EU 예산 손실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부패감독청 대변인은 "우리의 거듭된 노력과 다른 회원국들이 이런 사기에 적극 대응해온 것과는 대조적으로 영국에 있는 이 사기조직 중추는 성장을 거듭해왔다"면서 "영국은 이 사기범죄에 대한 수사에도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부패감독청은 영국 당국이 중국 상품에 관세신고 규정을 완화해준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기를 거부했으나 이런 사기범죄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영국 당국이 네덜란드 로테르담이나 벨기에 안트베르펜 같은 경쟁 항만보다 더 많은 수출입 선박 교통량을 확보하려는 욕심이 주 원인일 수 있다고 추정한다.

이에 대해 영국 국세청(HMRC)은 "우리에겐 사기와 규정 위반을 제대로 다룬 훌륭한 기록들이 있으며 지난해에만 26억6천파운드 이상을 지켜냈다"면서 EU 부패감독청 조사 결과와 권고문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부패감독청 관계자는 영국 세관이 '지나치게 관대했던' 일을 설명하면서 영국 세관에 kg당 91센트로 신고된 여성용 바지 가격이 면화의 시장가격(1kg당 1.44유로)보다 훨씬 낮았다고 예를 들었다. EU 전역의 세관에 신고된 이런 바지의 평균 가격은 kg당 26유로다.

이 같은 사기 조직들의 중국산 상품들은 영국을 통해 EU 단일 시장으로 들어와 각 회원국들의 범죄조직들로 넘겨졌다.

이 조직들은 급조된 회사를 만들어 상품을 인수하고 넘긴 뒤 폐업했다가 다른 곳에서 개업하는 '불사조 같은 회사'를 운영하는 방법으로 당국 감시를 피했다.

또 EU는 수입업자들이 입국항이 있는 나라가 아닌 판매하려는 나라에 부가가치세를 납부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 때문에 범죄조직들이 이런 방식으로 부가세 납부를 피할 수 있었다.



choib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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