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농사 짓자" 논밭 태우다 번진 불, 목숨까지 위협
연천·화성·용인서 사망사고 잇따라…산불로 이어져 산림 태우기도
(수원=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본격적인 영농철을 앞두고 논·밭두렁을 태우던 농민들이 갑자기 번진 불에 목숨을 잃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관련 당국은 두렁 태우기가 산불로 이어질 위험이 있는 데다, 해충을 제거하는 효과조차 미미하다며 농민들의 자제를 당부하고 있다.
8일 국민안전처 국가화재정보센터에 따르면 논·밭두렁 화재는 2014년 395건, 2015년 487건, 지난해 403건 등에 해마다 수백 건씩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13명이 숨졌고, 36명이 부상했다.
논·밭두렁 화재는 영농 준비기인 봄철에 집중된다. 올해 들어서도 늦겨울부터 최근까지 잇따라 발생, 농민들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 6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한탄강 인근 밭에서 농사를 짓기 위해 잡풀을 태우던 A(81)씨가 화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강한 바람으로 번진 불길이 김씨를 덮친 것으로 보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지난 4일에는 화성시 향남읍의 한 교회 뒤편에서 주말농장 운영 재개를 위해 밭을 태우던 B(68)씨가 숨졌다.
B씨는 불길이 인근 갈대밭으로 번지자 진화하러 갔다가 끝내 빠져나오지 못했다.
같은 날 연천에서, 또 앞서 지난달 10일 용인에서 각각 잡풀을 태우거나 논두렁에 불을 놓던 80대가 잇따라 숨지기도 했다.
새 농사를 짓기 위해 월동 해충을 잡으려고 놓은 불이 산림을 태우는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올해 논·밭두렁 소각에 의한 산불은 모두 13건이다. 벌써 산림 2.99㏊가 불에 탔다.
산림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두렁 화재가 산불로 번진 건수는 모두 722건이다. 이 중 2∼4월 발생한 화재가 577건으로 80% 수준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두렁 화재에 의한 산불은 봄철에 집중된다. 새 농사를 준비하려는 농민들이 논밭에 불을 놓기 때문"이라며 "산불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아 2014년부터 '소각 산불 없는 녹색마을 만들기 캠페인'을 진행, 아예 소각 자체를 하지 않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부 농민들은 영농 준비기가 되면 어김없이 두렁을 태운다. 예로부터 관습으로 굳어져 온 이 농사기법이 해충 제거, 개간, 거름제조 등에 뛰어난 효과를 보인다고 믿는 탓이다.
사실은 다르다.
농촌진흥청은 논·밭두렁 태우기는 해충의 천적을 죽이는 결과를 초래해 '득'보다 '실'이 더 많다고 설명한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논과 밭에는 진딧물 등 해충이 11%, 거미 등 해충의 천적이 89% 분포하고 있어 두렁을 태우면 천적이 훨씬 더 많이 죽는다"며 "논·밭두렁 태우기는 득보다 실이 많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부득이 두렁을 태울 때는 119에 사전 신고해 안전조치를 해야 하고, 가급적 바람을 등지고 멀리 떨어져 있어야 연기 흡입으로 인한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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