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과학자들, '시간 결정' 구현 성공…네이처 표지논문(종합)
네이처에 논문 2편과 해설 2편 게재…하버드대 최순원·최준희 연구원 주도
2012년 제안된 아이디어 입증…'자발 시간병진대칭 깨짐' 첫 관측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지난 2012년 이론적 아이디어로 처음 제안돼 국제 물리학계의 관심을 끌어온 '시간 결정'(time crystal·時間結晶)이라는 특수 상태가 드디어 실험으로 구현됐다.
미국 하버드대에 유학중인 한국인 과학자 2명이 이론과 실험에서 각각 핵심 역할을 맡은 이번 연구 결과는 과학 학술지 '네이처' 최신호인 9일자 표지논문으로 실렸다.
시간 결정은 특정 조건에서 일정한 '시간적 주기성'을 보이는 일종의 물질 상태다. 이런 이름은 공간적 배치에 일정한 주기성이 있는 '결정'(crystal)과 수학적 성질이 유사하다는 의미에서 붙었다.
시간 결정은 아이디어 제시 이후 이론적 논의와 함께 이를 실험으로 구현하기 위한 개념 제안도 나왔으며, 이를 기반으로 미국 메릴랜드대와 하버드대 연구팀이 각각 다른 실험을 고안해 연구를 해 왔다.
네이처는 9일자에 시간 결정을 구현한 실험 논문 2편과 이에 관한 뉴스 해설 2편을 실었다.
이 중 한 편은 장지에항 박사 등 미국 메릴랜드대 크리스토퍼 먼로 교수 산하 연구팀이, 다른 한 편은 박사과정 학생인 최순원·최준희 씨와 레나테 란디히 박사 등 미국 하버드대 미하일 루킨 교수 산하 연구팀이 주축이다.
메릴랜드대 실험은 전자기장으로 형성된 '이온 덫'(ion trap)에 갇혀 일렬로 정렬된 14개의 이테르븀(Ytterbium·Yb·원자번호 70) 이온을 이용했다.
시스템 규모가 작으므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비교적 쉽게 이론과 실험을 비교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충분히 큰 규모의 규칙성을 입증하는 데는 미흡한 단점이 있었다.
이와 달리 하버드대 실험은 다이아몬드와 그 속에 무작위로 분포된 '질소 빈자리 결함'(nitrogen-vacancy) 100만개를 사용해 상당히 큰 규모의 규칙성을 입증했다. 이런 물질 상태가 자연에서 생각보다 쉽게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다.
하버드대 연구팀 논문의 공동 제1저자 세 명 중 실험을 주도한 최준희 씨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물질의 새로운 상태를 발견한 것"이라며 "시간 결정은 물리학의 핵심 개념 중 하나인 '자발 대칭 깨짐'이라는 현상이 '시간의 병진이동(竝進移動)'(time translation)에 관해서도 존재함을 보였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험을 위한 이론적 설계를 주도한 공동 제1저자 최순원 씨는 "하버드대 실험의 경우 이미 나와 있던 실험 방식 제안과는 꽤 다르며, 이번 계기로 더 새로운 이론 연구의 소재가 생긴 셈"이라며 "시간 결정의 성질에 관한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이고 매우 많은 흥미로운 주제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자들은 이 연구가 앞으로 양자 컴퓨터(quantum computer) 등 분야에 응용될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준희 연구원은 한성과학고를 조기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를 2008년에 수석으로 졸업하면서 총장상을 받았으며, 전문연구요원으로 병역을 마친 후 도미해 하버드대 응용물리학과 박사과정에 재학중이다.
최순원 연구원은 대전과학고를 조기졸업하고 도미했으며, 학업 도중 공익근무요원으로 병역을 마친 후 2012년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캘텍) 물리학과 학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하버드대 물리학과 박사과정에 진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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