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량 줄고 주문 끊기고…고로쇠 채취 농가 '울상'

입력 2017-03-08 11:15
생산량 줄고 주문 끊기고…고로쇠 채취 농가 '울상'

이상기온에 채취량 15% 감소, 청탁금지법에 판매량은 30% 급감

(남원·무주=연합뉴스) 백도인 기자 = 올겨울 날씨가 좋지 않아 고로쇠 수액 채취량이 감소한 데다 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영향으로 주문마저 끊겨 농가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8일 고로쇠 수액 주산지인 전북 남원의 지리산 뱀사골 주민들에 따르면 올해 이 일대의 고로쇠 채취량은 평년보다 15%가량 줄었다.

덕유산 일대의 고로쇠 채취량도 10~15% 감소하는 등 전북 대부분 지역이 '흉년'을 맞고 있다.

생산량이 준 것은 온난화로 밤 기온이 떨어지지 않아 삼투압작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조현교 전 한국수액협회장은 "수액은 기온, 날씨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면서 "밤 기온이 영하 5~6도까지는 떨어지는 가운데 일교차가 커야 하는데 이상고온현상으로 야간 기온이 제대로 내려가질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학수 전 수액협회장은 "갈수록 날씨가 따뜻해지는 만큼 수액 채취량은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있으며, 평소 4월 초까지였던 채취 시기도 올해는 3월 중순까지로 앞당겨질 수 있다"고 말했다.

주문량 감소는 이보다 훨씬 심각하다.

뱀사골 고로쇠영농조합은 작년보다 30% 이상 판매량이 줄었고 덕유산 고로쇠영농조합법인은 예년의 절반 수준까지 급감했다.

경기침체로 소비 심리가 위축된 영향도 있지만 청탁금지법이 직격탄을 날린 것으로 분석된다.

박명복 뱀사골 고뢰쇠영농조합 총무이사는 "그동안은 택배비를 포함해 5만5천원짜리인 상품을 주로 팔았으나 올해는 청탁금지법에 대비해 2만9천원짜리를 내놓았다"면서 "그런데도 주문 전화가 거의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 전 협회장은 "다음 주부터 기온이 빠르게 오르면서 지리산 일대의 수액 채취 기간은 앞으로 열흘 남짓밖에 안 될 것 같다"면서 "농가들이 시설 투자비와 인건비도 건지지 못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doin1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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