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모래 갈등]② 어민 "자원 고갈"…건설업계 "수급 차질"
"어장 파괴로 어획량 반 토막"…"건설업 위축에 경제 악영향"
(부산=연합뉴스) 박창수 기자 = 남해 바닷모래 채취에 반대하는 어민들이 오는 15일 대규모 해상시위에 나선다.
전국 90여 단위 수협에 소속된 어민들이 어선 4만여 척을 동원해 바닷모래 채취 반대 현수막을 내건다. 대형 어선 수백 척이 모래 채취 해역에 집결해 해상시위를 벌인다.
어민들이 시위에 나서는 것은 골재 채취로 인한 어자원 고갈을 걱정하기 때문이다.
연근해에서 잡히는 생선은 주로 회귀성 어종이다.
모래 채취 해역은 주요 어종의 산란장이자 서식지, 회유 경로여서 피해가 심각하다는 게 어민들의 주장이다.
어민들은 모래 채취 방법부터 부적절하다고 강조한다.
펌프준설선을 이용해 바닷모래를 퍼 올리는데 이때 바다 밑은 물론 표층까지 부유물질이 발생해 2차 피해까지 생긴다는 것이다.
어민들이 어군탐지기 등으로 촬영한 결과 모래를 채취한 바다 밑에는 깊이가 20m, 지름이 수십m에서 수백m에 이르는 깊고 큰 웅덩이가 생겼다.
길게 팬 골짜기들도 있다. 이런 해저지형 파괴는 물고기가 살 수 없는 환경을 만들거나 조업에 큰 지장을 준다는 것이다.
남해 모래 채취구역 어획량은 2011년 5천286t에서 이듬해 3천888t으로 줄었다. 지난해에는 2천769t으로 뚝 떨어졌다. 5년 만에 반 토막 난 것이다.
같은 기간 경남지역의 어종별 어획량을 보면 어자원 고갈 현상이 더욱 뚜렷하다.
2011년 1만1천914t이었던 고등어는 지난해 7천557t으로, 15만1천832t이던 멸치는 7만2천873t으로 줄었다.
참조기는 2천851t에서 212t으로 무려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내 전체 연근해 어업 생산량은 1986년 173만t을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지난해에는 92만t으로 최저를 기록했다.
'심리적 하한선'으로 여겨진 100만t이 40여 년 만에 무너지자 연근해 어업 전체가 붕괴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불거졌다.
어족자원 남획과 기후변화 등의 영향이 큰 것이 사실이지만 바닷모래 채취로 말미암은 환경훼손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원인이라고 어민들은 주장한다.
정연송 남해 EEZ 모래 채취 대책위원회는 "바닷모래 채취는 어장 파괴와 수산자원의 감소를 초래하는 것은 물론 어업인의 생존권과 국민의 식생활 안전에도 직결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반면 건설업계는 바닷모래 채취가 중단되면 골재 수급에 막대한 차질이 빚어지고 이는 건설 현장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한다.
부산, 울산, 경남지역은 최근 몇 년간 건설업이 호황을 누렸는데 건설 현장에 투입된 골재 대부분을 남해 배타적 경제 수역(EEZ)에서 조달해왔다.
이 지역에서 사용하는 하루 레미콘량만 2만5천∼3만㎥다.
강이나 산림에서 채취할 수 있는 모래가 절대 부족한 탓에 레미콘을 생산하려면 바닷모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게 골재업계의 주장이다.
올해 남해 모래 채취가 한 달간 중단된 후 지역 레미콘 업체는 서해에서 모래를 조달했다. 하지만 가격이 ㎥당 1만6천원 안팎에서 3만5천원으로 급등했다.
서해 모래는 바지에 실려 바닷길을 따라 동남권까지 운반되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서해 모래까지 모자라 이 지역 레미콘공장 가동률이 10%대로 떨어졌다.
정부가 내년 2월 말까지 남해 바닷모래 650만㎥를 추가로 채취할 수 있도록 허가했지만, 모래 수급 사정은 여전히 나아지지 않고 있다.
김윤기 부산레미콘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가격을 떠나서 모래 수급 자체가 안되기 때문에 많은 레미콘공장이 가동을 중단하고 있다"며 "재고마저 바닥나면 이 지역 레미콘공장은 곧 가동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부산의 한 소규모 건설업체 대표는 "물량 부족으로 업체들이 관급 공사장이나 대형 아파트 현장에만 레미콘을 제한적으로 공급하고 있어 영세 건설업체들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골재 수급계획이 수립되지 않으면 그나마 지역 경제 버팀목 역할을 하는 건설업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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