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초 '평화의 소녀상' 독일 비젠트 공원에 서다

입력 2017-03-08 23:14
수정 2017-03-09 00:43
유럽 최초 '평화의 소녀상' 독일 비젠트 공원에 서다

세계여성의 날 109주년 맞춰 제막식…안점순 할머니도 직접 참석

(비젠트<바이에른州>=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유럽 최초로 독일에 '평화의 소녀상'(이하 소녀상)이 들어섰다.

독일 소녀상건립추진위원회 인사, 수원시민 대표단, 수원시 대표단 등 한독 양국 관계자 100여 명은 8일 오후(현지시간) '독일 평화의 소녀상 수원시민건립추진위원회' 주관 아래 남부 바이에른주(州) 레겐스부르크 인근 비젠트의 한 공원에서 소녀상 제막식을 열었다.

소녀상이 세워진 이곳은 세계물(水)재단의 헤리베르트 비르트 이사장이 대표로 있는 네팔-히말라야 파빌리온 공원이다.

공원은 불교를 숭상한 비르트 대표가 지난 2000년 하노버 박람회에 선보인 네팔관을 당시 500만 유로를 주고 사들인 뒤 자신의 땅 2만4천 평에 옮겨와 조성한 곳으로서 히말라야 산 꽃과 나무 5천 종을 보유한 세계 최대 히말라야 식물정원이다.



참석자들은 세계 여성의 날 109주년에 맞춰 제막식을 연 것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고 그런 역사를 되풀이하지 말자는 의미가 있을 뿐 아니라, 전 세계 여성 성폭력 피해자와 인권 침해에 반대하는 반전과 평화의 메시지도 담겨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14세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온갖 고초를 겪은 올해 90세의 안점순 위안부 할머니도 노구를 이끌고 함께 해 관심을 끌었다.

소녀상은 애초 수원시 염태영 시장 주도로 남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 프라이부르크에 건립하는 것으로 추진됐다. 그러나 일본 측의 반대 속에 프라이부르크시가 어렵다는 입장을 전해와 계획은 무산됐다.

이어 독일 내 다른 여러 도시에서도 후보지가 물색됐지만 결국 비젠트로 최종 결정이 났고, 작년 11월 독일로 넘어온 이래 창고에 보관돼 온 소녀상은 마침내 빛을 보게 됐다.

이번 소녀상 건립은 무엇보다, 기존 해외 소녀상 사례처럼 외국의 일부 기관 또는 지역 한인회가 아니라 재독 교민과 한국인 참여 현지 시민단체, 독일 한인교회협의회, 독일인 목사 등 다수 독일인이 함께하는 건립위원회가 주도했다는 점도 의미가 깊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지난해 9월 여성, 시민사회, 종교단체, 광복회 등을 망라한 상임공동대표단을 꾸려 출범한 소녀상 건립위원회는 수원시의 협조 아래 평화콘서트와 바자까지 열면서 모금 활동을 펼치는 등 폭넓은 시민 참여를 유도했다.

그렇게 모은 성금은 부부작가 김서경·김운성 씨가 맡은 소녀상 제작에 3천300만 원이 사용되고 다양한 대(對) 시민 홍보 활동에도 쓰였다.

해외 소녀상은 미국, 캐나다, 호주, 중국 등 북미와 아시아태평양 권역에는 이미 들어서 있지만, 유럽 땅에는 이번에 처음 들어섰다.

un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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