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부, 北-이란에 통신장비 불법수출 中ZTE에 1조3천억원 벌금(종합2보)
제재위반 관련 사상 최대 벌금액…北에 283차례 걸쳐 휴대전화 불법수출
2010년부터 6년 동안 라우터-마이크로프로세서-서버 등 불법수출한 혐의
美상무장관 "'전 세계에 게임은 끝났다'는 경고 메시지 보낸 것"
(워싱턴=연합뉴스) 심인성 특파원 = 미국 정부는 7일(현지시간) 중국의 최대 통신장비기업인 ZTE(중싱<中興>통신)에 대해 미국의 대(對)북한-이란 재재 위반 혐의로 11억9천200만 달러(약 1조3천702억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는 미국 정부가 제재위반과 관련해 외국 기업에 부과한 벌금액 중 최대 규모다.
미 법무부와 재무부, 상무부는 이날 각각 보도자료를 내고 ZTE가 제재위반 사실을 인정하고 이 같은 규모의 민·형사상 벌금액에 합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벌금액 가운데 6억6천100만 달러는 징벌적 벌금으로, 이 중 3억 달러는 7년간 납부 유예를 받았다.
ZTE는 미국의 퀄컴, 마이크론테크놀러지 등 미국 기업으로부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제품을 대규모로 사들인 뒤 이를 북한과 이란에 수출해 미국의 제재를 어긴 혐의로 지난해 미 상무부의 제재를 받았다.
ZTE는 2010년 1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6년여간 미국의 휴대전화 네트워크 장비 3천200만 달러(약 367억8천만 원)어치를 이란 정부 산하 기업을 포함한 이란의 기업에 수출해 관련 통신 네트워크의 설립 및 운영을 지원했고, 북한에는 283차례에 걸쳐 휴대전화를 수출했다고 미국 관리들이 전했다. 대북 휴대전화 수출품의 구체적인 액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상무부는 ZTE가 이런 불법활동을 통해 이란 기업들과 수억 달러의 거래를 따낼 수 있었으며, 또 대북제재 위반인 줄 알면서도 283차례의 통제된 물품 북한 거래에 연루됐다고 밝혔다.
ZTE가 불법수출한 품목은 라우터, 마이크로프로세서, 서버 등이다.
ZTE는 제재위반과 별개로 지속해서 거짓말을 하는 등 자신들의 불법행위를 은폐하기 위한 시도를 전방위로 벌였으나, 결국 관련 혐의를 결국 인정했다고 미 정부는 설명했다.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은 성명에서 "ZTE는 민감한 미국의 기술을 이란과 같은 적대적 정권에 넘어가는 것을 막는 수출 통제 규정을 어겼을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불법행위와 관련해 미국 연방수사관은 물론 자신들의 변호인들도 속였다"고 비판했다.
세션스 장관은 특히 "이번 합의는 우리가 그들에게 책임을 물리는 것이고, 또 미국 정부가 법을 위반하고 우리의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회사를 처벌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도 성명에서 "전 세계에 '게임은 끝났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면서 "경제제재와 수출통제법을 무시하는 나라들은 처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은 가장 혹독한 결과들을 겪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 아래서 우리는 미국의 국가안보와 미국인 노동자들을 보호한다는 2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강력한 무역정책들을 집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ZTE가 미국의 제재를 어기고 이란과 북한에 통신장비들을 불법으로 수출한 데 대해 형사적, 민사적 벌금을 포함해 사상 최고액인 11억9천만 달러의 벌금을 내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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