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또 한 번의 '참사' 위기…처음부터 삐걱댔던 대표팀
2연패로 탈락 눈앞…선수 선발부터 잡음
동기부여도 부족…벤치도 작전 부재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에는 세 번의 국제대회 '참사'가 있었다.
2003년 '삿포로 참사'와 2006년 '도하 참사', 2013년 '타이중 참사'가 그것이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출전권을 놓고 한국과 일본, 중국, 대만이 삿포로에서 맞붙은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은 1승 2패로 올림픽 티켓을 놓쳤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는 졸전 끝에 동메달에 그쳤고,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탈락은 '타이중 참사'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리고 한국 야구는 또 한 번의 참사 위기에 직면했다.
한국은 7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WBC A조 예선 네덜란드전에서 0-5로 졌다.
6일 이스라엘전에 이어 이틀 연속 패한 한국은 WBC 2연속 조별 예선 탈락 위기에 처했다.
이스라엘과 대만이 네덜란드를 잡아주고 1승 3패 3팀이 나오면 2라운드 진출에 진출할 수도 있지만, 전력을 고려했을 때 기대하기 힘든 확률이다.
앞서 한국 야구가 세 차례 참사를 겪은 공통적인 원인은 선수 선발 난항과 동기부여 부족이었다.
이러한 문제는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도 반복됐다.
대표팀은 선수 선발 과정에서 끊임없이 잡음을 만들었다.
대표팀은 부상자로 수술을 앞뒀던 이용찬과 정근우의 몸 상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최종 엔트리에 포함했고, 결국 대체 선수를 뽑아야 했다.
추신수와 김현수 등 메이저리거가 구단 반대로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한 건 불가피한 일이었지만, 오승환 합류 과정에서 빚은 혼선은 대표팀의 정통성 논란을 낳았다.
이대은은 실전에서 제대로 던지지 못할 몸 상태인데도 선발했고, 지난해 KBO리그 구원왕 김세현은 납득하기 힘든 이유로 끝내 승선하지 못했다.
동기부여도 예전만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006년 WBC는 박찬호와 김병현 등 메이저리거를 필두로 꾸릴 수 있는 최상의 전력으로 대회에 임했다.
덕분에 4강 신화를 이뤘고, 출전 선수는 병역 혜택까지 받았다.
이후 WBC는 병역 특례 대상에서 빠졌고, 선수 사이에서는 '굳이 무리하게 몸 만들어 출전할 필요까지 있겠는가'라는 회의론이 등장했다.
이제 선수에게 애국심만을 강조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고, KBO는 이번 대회에 앞서 보상책을 마련했다.
KBO는 출전 선수의 동기부여를 위해 국제대회 성적에 따라 보상해주던 FA 등록일수를 성적과 무관하게 소집 기간 모두 보상해주기로 했다.
하지만 이러한 '당근'도 근본적인 실력 차를 극복하지 못했다.
KBO리그는 최근 극심한 타고투저에 시달리는데, 정작 WBC 2경기 19이닝 동안 득점은 1점뿐이다.
여기에 1,2회 WBC에서 한국야구를 빛냈던 김인식 감독도 최근 현장을 떠난 지 오래된 탓인지 2연패를 당하는 동안 어떤 돌파구도 마련하지 못했다.
이제 한국 야구가 한 단계 발전하려면 이번 WBC에서 드러난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한국은 9일 대만과 A조 예선 최종전에서 바늘구멍보다 작은 희망에 기대를 걸고 출전한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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