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사드 보복에도…韓 시장 칭다오맥주 인기는 '여전'
샤오미 등 가전 매출 줄었지만 "계절적 영향"
(서울=연합뉴스) 유통팀 = 중국 소비자들은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반발, 롯데 등 한국기업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불매 운동에 나서고 있지만 한국 시장에서 중국 제품들은 양국 갈등과 관계없이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다만 온라인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는 "우리도 중국 제품을 사지 말자"는 글이 속속 올라오는만큼, 향후 두 나라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질 경우 본격적인 매출 감소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8일 이마트에 따르면 이달 들어 6일까지 칭다오맥주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6.8% 증가했다. 수입 맥주 전체 매출 성장률(16.0%)을 웃도는 수준이다.
중국 정부의 '한국여행 금지' 조치 직후인 지난 4~6일 역시 이마트 칭다오맥주 매출은 1개월 전보다 3.3% 오히려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수입 맥주 전체 매출은 1.7% 감소했다.
또 다른 대형마트의 경우, 이달 중국산 맥주·고량주 매출이 작년보다 소폭 줄었지만, 이 마트에서 중국 술 매출은 2월 이후 계속 1년 전보다 뒷걸음질한 만큼 사드의 영향을 보기 어렵다는 게 해당 마트 관계자의 설명이다.
혼술 족(혼자 술을 즐기는 사람)이 주로 수입 맥주를 사는 편의점에서도 칭다오맥주에 대한 불매 움직임은 확인되지 않았다.
A편의점에 따르면 칭다오맥주 매출은 지난 1~6일 직전 주보다 3%, 작년 같은 기간보다 27% 각각 늘었고, 지난 4~6일 기준으로도 직전 주보다 2%, 전년보다는 11% 각각 증가했다. B편의점에서도 지난 4~6일 칭다오 매출 증가율(직전주 대비)은 0.6%로 집계됐다.
TV나 냉장고, 보조배터리 등 중국산 가전의 경우 최근 매출이 줄었지만, '계절적 영향' 등이 원인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번 달 들어 롯데 하이마트에서 중국산 TV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 냉장고는 60%, 세탁기는 4%, 보조배터리는 70% 각각 감소했다.
하이마트 관계자는 "매출 감소 폭이 크지만, 사드 영향이라고 볼 수 없다"며 "TV의 경우 국산 TV 매출 추이와 비슷하고 냉장고, 세탁기, 보조배터리의 경우 판매 물량이 부족해 매출도 감소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이마트는 현재 중국산 TV(TCL, 하이얼), 냉장고(하이얼, 미디어), 세탁기(하이얼, 미디어), 보조배터리(샤오미) 등을 팔고 있다.
지난 4~5일만 따로 봐도, 중국산 TV(-20%)·냉장고(-50%)·세탁기(-40%)·보조배터리(-40%) 매출이 모두 줄었다. 그러나 중국산의 감소율이 전체 매출 감소율을 웃도는 수준은 아니다.
하이마트 관계자는 "아직 사드의 영향은 뚜렷하지 않다"며 "2~3월엔 PC나 노트북이 잘 팔리고 주로 혼수로 많이 준비하는 TV나 냉장고 등은 3월 말~4월쯤 많이 팔리는 식의 계절적 영향이 클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가끔 매장에서 고객들이 '요즘 말이 많은데 중국 제품 장사는 잘 되느냐'고 묻는 경우는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온라인상에서는 "중국 제품을 쓰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소비자들이 하나둘 늘고 있다.
경기도에 사는 소비자 백 모(40) 씨는 "중국 내에서 우리나라 기업이 어려움을 겪는다는 소식을 들으니 샤오미 보조배터리 쓰기가 꺼려진다"며 "그러나 한·중 양국이 서로 불매 운동에 열을 올리면서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것은 피해야 할 최악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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