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못미더운 EU에 '자체 핵우산 아이디어' 등장

입력 2017-03-07 17:41
미국 못미더운 EU에 '자체 핵우산 아이디어' 등장

NYT "현실화 시기상조, 트럼프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고립주의로 미국과 결별할 때를 대비해야 한다는 이유로 소수 유럽 관리들이 자체 핵 억지력을 입에 올리고 있다.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의 정책 입안자들 사이에서는 최근 미국을 제외한 독자적 핵무기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방안이 갑자기 주목을 받고 있다.

NYT는 EU의 자체 핵무기 운용이 과거에는 생각조차 불가능한 아이디어였다고 설명했다.

'EU 핵무기 프로그램'의 골자는 프랑스의 핵무기를 이용해 유럽 대륙 전체를 보호하며 신설되는 EU 연합사령부가 통제권을 갖는 것이다.

프랑스는 영국이 브렉시트를 마무리하면 EU의 유일한 핵보유국이 된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달 야로슬라프 카친스키 전 폴란드 총리가 처음 제안한 후 로데리히 키제베터 독일 기독민주당 외교담당 의원이 구체화한 바 있다.

이런 EU만의 독자적 핵무기 프로그램이 제안된 배경에는 트럼프 정부 출범 후 약화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 간 군사협력에 대한 우려가 숨어있다.

현재까지 EU는 미국이 제공하는 핵 억지력과 핵우산 정책에 기반을 둬 러시아의 군사력 증대 등 다양한 안보 위협에 대처해왔다.



미국도 유럽 대륙에 제기되는 위협에 즉각 대응하기 위해 독일과 이탈리아, 벨기에, 네덜란드 등에 수십 개의 핵탄두를 핵우산 개념으로 배치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미국과 유럽의 협력관계가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노리는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붕괴할 위기에 EU의 자체 핵우산이 대안으로 거론됐다.

처음 이 계획을 구체화한 키제베터 의원은 이 프로그램이 현실성을 갖기 위해선 ▲프랑스의 적극적인 핵무기 제공 ▲집단안보체제를 위한 독일의 자금 지원 ▲핵무기 통제권을 가진 연합사령부의 창설 ▲프랑스 핵탄두가 배치될 유럽 국가 선정 등 4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선 몇 가지 큰 장애물이 존재한다고 NYT는 전했다.

우선 프랑스가 핵무기를 다른 국가와 공유할 의사를 전혀 보이지 않는 데다 프로그램이 실현돼도 연합사령부에 핵무기 통제권을 넘기질 않으리라는 것이 가장 큰 한계로 지적된다.

또 유럽 내 군사기지들이 프랑스가 아닌 미국의 핵탄두 사용을 위해 최적화돼있어 전환이 쉽지 않다.

계획이 구체화할 경우 미국이 유럽의 집단안보체제로부터 완전히 빠져 상황이 오히려 악화할 수 있는 위험도 존재한다.

올리버 트라네르트 스위스 안보문제연구소 애널리스트는 "이런 프로그램은 비용이 많이 들뿐만 아니라 바라지 않은 결과를 야기할 수 있는 정치적 지뢰밭과 같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NYT는 이러한 계획이 단기간 내 현실화되기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현 안보협력관계를 유지하라고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유럽에서 핵무기를 철수할 명분을 만들어주지 않기 위해 계획이 비밀리에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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