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포스트 탄핵' 채비…'準섀도캐비닛' 띄우며 '대세론' 확산

입력 2017-03-07 17:37
수정 2017-03-07 21:03
文 '포스트 탄핵' 채비…'準섀도캐비닛' 띄우며 '대세론' 확산

첫 경제대책단 회의·사회혁신委 곧 발족…경제·안보·사회 조직 풀가동

영입인사 舌禍·김종인 탈당선언 등 잇단 악재…대권까지 '산넘어 산'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섀도 캐비닛(예비 내각)'에 준하는 캠프내 분야별 조직을 속속 가동하며 '포스트 탄핵' 채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문 전 대표는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선 경선캠프 경제조직인 비상경제대책단의 첫 경제현안점검회의를 열어 위기에 처한 국내 경제상황을 점검했다.

이용섭 전 의원이 이끄는 대책단은 매주 회의를 정례화할 방침이지만 첫 회의니 만큼 문 전 대표가 직접 참석해 무게를 실었다. 특히 이날 회의에서 학계·전직관료 등 분야별 전문가 13명이 공개되면서 그 위용을 과시했다.

문 전 대표는 또 전날 퇴임한 하승창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깜짝 영입'을 발표하며 인재영입에도 속도를 냈다. 하 전 부시장은 캠프에서 조만간 발족할 사회혁신위원회를 이끌며 사회혁신 분야 정책 생산과 인재 풀을 형성해나갈 예정이다.

문 전 대표가 경제·사회 분야 조직을 가동하면서 '인수위 없는 차기정부'에 대비한 사실상의 '섀도 캐비닛' 성격의 조직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는 관측이다.

이미 문 전 대표는 1천명이 넘는 전문가로 구성된 정책 싱크탱크 '국민성장'을 토대로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 장·차관 출신 60여명으로 짜인 국정자문단 '10년의 힘'을 출범한 데 이어 외교자문단과 안보포럼을 발족한 바 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선고가 일주일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사회부문 조직까지 띄우면서 '집권 대비 모드'에 돌입한 셈이다.

이를 놓고 '대통령이 다 된 것처럼 행동한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이용섭 단장은 "왜 우리 후보인들 (그런 지적을) 모르겠느냐"며 "지금은 경제가 엄중한 위기 상황이라 판단해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소명의식과 책임감·사명감으로 대책을 세우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통합 행보를 거듭하면서 대세론 확산에도 주력하고 있다.

'박원순맨'으로 통하는 하 전 부시장을 영입하면서 박 시장에게 감사의 뜻을 밝히면서 '박원순 껴안기'를 통한 세 확산을 꾀했다. 또 "우리 당 주자뿐 아니라 박 시장과 김부겸 의원 모두 '원팀'"이라며 통합 의지도 거듭 강조했다.



문 전 대표가 이처럼 '대세론 페달'을 가속하고 있지만 넘어야 할 고비도 그만큼 많아지고 있다. 우선 잇단 악재가 문 전 대표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문재인 키드'로 불렸던 양향자 최고위원이 전날 인권단체 반올림을 '전문시위꾼'으로 묘사해 세간의 비난을 샀다. 작년 총선 '영입 1호'였던 표창원 의원과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전인범 전 특전사령관 등 영입인사들의 잇단 설화(舌禍)로 진땀을 뺐던 문 전 대표는 이날 즉각 사과입장을 밝히며 진화에 나섰다.

김종인 전 대표의 탈당 선언도 문 전 대표에게 적잖은 고민을 안겨줄 전망이다. 연쇄 탈당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인화성이 강한 사안인데다 국민의당이나 바른정당 나아가 여당인 자유한국당과의 '제3지대 빅텐트' 가능성까지 내포해 문 전 대표 독주체제로 굳어지고 있는 대선 지형을 뒤흔들 소재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경쟁주자인 이재명 성남시장이 법인세 문제로, 안희정 충남지사는 당이 아닌 후보 중심의 캠프라고 각각 문 전 대표 때리기에 나선 상황이다.

문 전 대표 측 핵심 인사는 "선거 과정에서 이런 저런 일들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중요한 것은 위기관리 능력"이라며 "촛불민심이 요구하는 비전을 보여주면서 인수위 없는 조기 대선에서의 안정감과 신뢰감을 구축하는 등 지금까지 해왔던 기조로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honeyb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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