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오바마 도청' 주장 실마리 제공한 의원 출신 英언론인

입력 2017-03-07 16:53
트럼프 '오바마 도청' 주장 실마리 제공한 의원 출신 英언론인

스노든을 '반역자'로 부른 국가안보 열혈 지지자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 대선 기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으로부터 도청당했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주장은 영국 하원의원 출신의 한 여성 언론인의 기사에서 출발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7일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루이스 멘시 전 의원은 미국 대선 직전인 지난해 11월 7일 '히트 스트리트'에 '특종: 연방수사국(FBI)이 트럼프 캠프의 러시아와의 관계를 조사하고자 해외정보감시법(FISA) 영장을 발부받았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히트 스트리트는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우파 성향의 자유주의 웹사이트다.

기사에서 그는 정보기관 관계자 2명을 취재원으로 거론하며 "FBI는 해외정보감시법에 따라 트럼프 대선 캠프 내 인물들의 러시아와의 관계를 조사할 수 있는 영장을 발부받았다"고 밝혔다.

당시 기사는 별다른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지만, 지난 주말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 전 대통령의 도청 의혹을 트위터로 제기하면서 다시금 조명받았다. 백악관이 이 주장을 뒷받침할 언론 보도 중의 하나로 히트 스트리트를 꼽은 것이다.

그는 취재원이 자신에게 접근한 것은 정보기관에 대한 자신의 공개적인 지지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가안보국(NSA)의 무차별적 민간인 정보 수집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을 '역겨운 반역자'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지난달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내가 어떻게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었는지 의아해하지만, 나에게 극비 정보를 준 사람들은 나를 친구로 여겼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당파성이 없는, 국가안보의 열렬한 지지자'라고 묘사했다.

트위터에서 17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그는 트럼프 지지자가 아니며, 한동안 트럼프-러시아 커넥션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베스트셀러 소설가였다가 2010년 보수당으로 출마해 당선됐으며, 머독 소유 타블로이드 신문 '뉴스 오브 더 월드'의 불법도청 사건을 조사한 위원회 활동으로 유명해졌다. 그는 '머독은 뉴스코프와 같은 대기업의 최고경영자로 적합하지 않다'는 위원회 조사 결과를 거부한 4명 의원 중 1명이었다.

세 아이의 엄마이자 유명 밴드 '메탈리카' 매니저인 피터 멘시의 아내인 그는 의회 활동보다는 가족이 우선이라며 2012년 의원직을 사임하고 뉴욕으로 이주했다. 그는 현재 머독 소유 기업인 뉴스코프의 임원이며, 뉴스코프가 추진하는 디지털 미디어 프로젝트를 맡고 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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