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통계 들쭉날쭉·축사 절반 무허가…못믿을 축산행정

입력 2017-03-08 07:10
기초통계 들쭉날쭉·축사 절반 무허가…못믿을 축산행정

경기도, 무등록 사육농가 파악도 못 해…가축관리·방역에 허점

(수원=연합뉴스) 김광호 기자 = 지난해 11월 20일 양주에서 첫 발생한 이후 지금까지 경기도 내 14개 시군에서 123건의 조류 인플루엔자(AI)가 발생, 1천574만여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됐다.

도 방역 당국은 곳곳에서 통제초소와 거점소독시설을 설치, 운영하며 강력한 방역활동을 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지난 3일 36일 만에 고양시 한 양계농가에서 AI가 추가 발생했다.

더욱이 이 농가가 축산업 등록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도는 이같은 무등록 사육농가가 얼마나되는 지 파악조차 못하고 있어 도의 가축 관리 및 방역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뿐만 아니라 도내 사육 가축통계가 기관마다 큰 차이를 보이고, 축사의 절반이 무허가 상태이며, 가축재해보험 가입률도 여전히 낮아 도의 축산행정을 전반적으로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 통계청 3천400만 마리 vs 도 4천920만 마리…너무 다른 가축통계

지난해 12월 1일 기준 통계청의 공식 가축 사육 통계를 보면 도내에서 사육 중인 닭은 3천419만여마리(568농가), 한·육우 27만3천824마리(6천994농가), 젖소 16만2천621마리(2천170농가), 돼지 182만8천663마리(823농가)이다.

하지만 도가 파악한 가축사육현황은 이 수치와 큰 차이를 보인다.

도는 지난해 말 기준 도내 사육 가축은 닭 4천9208천여마리(2천850농가), 한·육우 27만5천775마리(8천690농가), 젖소 16만8천233마리(2천581농가), 돼지 205만8천여마리(1천337농가)라고 밝혔다.

이 중 닭의 경우 AI 발생으로 이미 지난해 12월 한 달 간 1천300만여마리 살처분한 것을 고려하면 통계청 자료와 무려 2천820만마리의 차이가 난다. 통계청 자료보다 82%가 많은 것이다.

소와 돼지의 사육 두수 및 사육 농가 수도 큰 차이를 보인다.

이같이 국가 기관과 지자체의 너무 다른 통계를 접하는 도민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도와 통계청은 도 현황 자료의 경우 사육 마릿수와 관계없이 축산업 허가(사육면적 50㎡ 이상 농가) 및 등록(사육면적 10∼50㎡ 농가) 농가를 모두 조사한 것이고, 통계청 통계는 사육두수 3천마리 이상 농가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 자료여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큰 차이에도 도는 "도 조사 자료는 내부용일 뿐 공식적인 통계는 통계청 자료를 사용해야 한다"고만 말한다.

통계청 관계자는 "기관 간 통계 차이가 너무 크다는 지적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변화가 많은 닭은 몰라도 소와 돼지 사육 현황은 올 3분기부터 농림축산식품부와 통계청 통계를 가급적 통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무등록·무허가 사육농가 얼마인지도 몰라

지난 3일 H5N6형 AI가 발생해 2천여마리의 닭을 살처분한 고양시 토종닭 농가는 축산업 등록을 하지 않은 농가로 밝혀졌다.

고양시는 이 농가를 축산법 및 사료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사법 기관에 고발했다.

문제는 도내에 이같은 무허가 또는 무등록 가축 사육농가가 얼마나 되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양시가 이 농가의 AI가 발생 이후 관내 사육농가를 조사한 결과 50여 농가에서 5천여마리의 닭을 무허가 또는 무등록 상태에서 사육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는 허가나 등록 대상이 안 되는 농가를 제외하더라도 30여 농가가 축산법에 따라 정식으로 허가를 받거나 등록을 해야 했던 농가라고 밝혔다.

다른 시군에도 무허가·무등록 가축 사육농가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도 축산산림국 관계자는 "고양 AI발생 농가처럼 허가나 등록 대상인데 신고하지 않은 사육농가가 많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도내에 이런 농가가 정확히 얼마가 되는지 파악한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 축사 절반이 '무허가'…소 가축재해보험 가입률 8% 불과

지난해 10월 말 현재 경기도 내 각종 축사는 1만3천200여 곳에 이른다. 이중 절반이 넘는 7천400여곳이 무허가 축사로 나타났다.

정부와 도는 2018년 3월 24일까지 무허가 축사를 적법화하기로 하고 그동안 양성화를 추진해 왔으나 진척도는 아직 5% 선에 머물고 있다.

도는 "대부분이 축사 일부 증축 등으로 인한 무허가"라며 기간 내 축사를 적법화 하지 않으면 내년 3월 24일 이후 사육제한 등 조치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추진 실적이라면 앞으로 1년 뒤에도 무허가 축사는 상당수 남아 있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와 도는 각종 자연재해와 화재, 질병 등으로부터 축산 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2013년부터 국비 50%, 도 및 시군비 30%, 자부담금 20% 비율로 가축재해보험 가입을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국비와 지방비에서 지원하는 연간 보험료가 최대 300만원에 불과해 수백 마리의 소를 사육하는 축산 농가 등은 자부담 금액이 커 선뜻 보험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가축재해보험 가입률은 돼지가 86.4%, 닭이 90.1%에 달하지만, 소는 8.4%에 불과한 실정이다. 도가 각종 축산 관련 정책 추진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k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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