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릴열도 사단 병력 배치 러' 계획은 비현실적"
더 디플로매트, 병력 부족 등 고려하면 "서류상 사단"에 불과
장거리 해안방어 미사일 등 도서 방어전력은 강화
(서울=연합뉴스) 김선한 기자 = 러시아가 실효 지배하면서 일본과 영토분쟁을 겪어온 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에 연내에 사단 규모의 병력을 새로 배치키로 하겠다는 계획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아시아 외교 안보 전문지 더 디플로매트는 러시아가 올해 중 사단 규모의 병력을 쿠릴열도에 새로 배치하겠다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의 최근 발언은 별로 우려할만한 것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러시아 하원에 출석해 국경 부근의 방어방침을 설명하는 가운데 "쿠릴열도 등 우리 도서를 방어하기 위해 적극적인 행동을 계속할 것이며, 이와 관련해 올해 중 사단 규모의 군대를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디플로매트에 따르면 러시아는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해온 4개 주요 섬 가운데 가장 큰 이투룹(일본명 에토로후)과 쿠나시르(구나시르) 2개 섬에 지난 2년 동안 '바스티온-P'(Bastion-P)와 '발-E'(Bal-E) 해안방어 미사일과 대함미사일 체계를 배치했다.
바스티온-P 시스템은 최대 사거리가 600㎞로 함선은 물론 지상 목표물까지 타격하는 초음속 'P-800 오닉스' 크루즈 미사일을 장착한다. 반면 발 시스템은 사거리 130∼300km의 대함 미사일 H-35를 장착, 해군 기지와 연안시설 보호 및 적의 상륙작전 저지 임무 등을 수행하는 데 이용된다.
러시아는 이에 앞서 지난해에 쿠릴열도에 이동식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 '토르-M2U'를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태평양함대도 쿠릴열도 가운데 한 곳에 영구 해군 기지 설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디플로매트는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사단 규모 병력을 새로 쿠릴열도에 배치한다는 쇼이구 장관의 발언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디플로매트는 우선 사단 병력의 비현실성을 지적했다. 배치될 사단이 1만 명 규모의 병력을 보유한 '완전편성' 사단이 아니라 평화시 500명가량의 장교가 100명의 사병을 지휘하는 옛 소련 시절의 "서류상 사단"이나 마찬가지다. 실제로 지난해 러시아군 전체 증원병력은 1만여 명에 불과했다.
또 쇼이구 장관이 밝힌 병력 증강은 도서 방어를 담당하는 극동군 직할 제18 기관총포병사단을 개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투룹 섬에 병력 대부분이 주둔하는 이 사단은 현재 최신형 대공방어 미사일과 대함 미사일 등으로 전력 보강 작업에 한창이다.
디플로매트는 지상군의 근간인 병력 4천∼5천 명 규모의 여단을 추가로 쿠릴열도에 파견해 도서 방어를 전담하는 군단을 새로 발족할 것이라는 러시아 언론 보도는 심각한 병력 부족을 겪는 데다 전투태세를 갖춘 여단 여러 개를 서유럽 국경지대에 집중적으로 배치하는 상황을 고려할 때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러시아와 일본은 이달 중 도쿄(東京)에서 북방영토에서의 공동경제활동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외무차관회의와 외무·국방장관이 참석하는 2+2회담을 개최하는 등 대화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NHK는 쇼이구 장관의 발언이 나오자 일본과 대화를 하면서도 북방영토가 자국 영토라는 입장에 따라 해당 지역의 방위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풀이한바 있다. 아사히(朝日)신문도 러시아가 북방영토를 장기적으로 군 거점으로 삼으려는 생각을 확실히 드러낸 것으로 해석했다.
sh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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