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후배들이 꿈 펼쳐주길"…순직 아들 모교에 장학금

입력 2017-03-07 11:19
"친구·후배들이 꿈 펼쳐주길"…순직 아들 모교에 장학금

군복무 중 순직한 아들 명의 장학금 매년 500만원 기탁

(시흥=연합뉴스) 이우성 기자 = "아들이 남긴 돈인데 허투루 쓸 수 없죠. 어려운 환경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모교 후배들에게 사용되길 바랍니다. 먼저 간 아들도 좋아할 거예요."



군 복무 중 불의의 사고로 아들을 잃은 부모가 유족 보훈연금으로 받은 돈을 아들 모교인 한국산업기술대학교에 장학금으로 내놨다.

경기 시흥시 한국산업기술대 에너지·전기공학과 2학년에 다니다 입대한 고(故) 고찬영(사망 당시 20세)씨의 아버지 고준석(50)씨와 어머니 김하경(49)씨는 6일 산업기술대를 찾아 이재훈 총장에게 유족연금 500만원을 장학금으로 기탁했다.

유족은 매년 500만원의 장학금을 아들 이름으로 내놓기로 했다.



학교 측은 기탁받은 장학금을 '고찬영 장학금'으로 명명해 아들의 이름이 헛되이 잊히기를 원치 않은 부모의 뜻을 기리고 지급 대상과 규모 등을 협의해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하는 학생을 꾸준히 지원할 계획이다.

아버지 고씨는 "아빠가 하는 전기난방설비 사업을 돕겠다며 대학에서 에너지전기 분야를 전공했는데 이런 속 깊은 아들의 갑작스런 사고 소식을 듣고 눈앞이 캄캄했다"며 "찬영이가 생전에 사랑했던 모교와 친구, 후배들이 꿈을 대신 펼치길 바라는 마음에 장학금을 내놓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난 2014년 12월 군에 입대한 고씨는 입대한 지 넉 달 만인 2015년 4월 군대 내 부당한 대우로 말미암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국방부는 이듬해 12월 고씨의 사망을 순직으로 의결했다.

국가보훈처는 올 1월 순직한 고씨를 보훈보상대상자로 지정했다.



고씨는 남을 배려하고 정이 많아 교우관계도 원만했던 꿈 많은 청년이었다. 꾸준한 헌혈로 이웃사랑을 실천해 입대 전인 2014년 대한적십자사의 헌혈유공장을 받기도 했다.

갑자기 세상을 등졌지만, 친구들이 나서 빈소를 지키며 고씨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아버지 고씨는 "군 복무 중 사고로 순직한 아들이 지난달부터 매달 90여만원의 보훈 연금을 남겼는데 아들 이름으로 무언가 남기고 싶었다"며 "아들이 다니던 대학에 매년 장학금을 지원하고 군사상자인권연대, 사회복지시설, 호스피스병동 등 몇 곳도 매달 지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재훈 산업기술대 총장은 "큰 아픔을 딛고 고귀한 뜻을 베푼 유가족에게 감사드린다"며 "유가족의 기부를 학생들에게 널리 알리고 훌륭한 인재를 양성하는 장학금으로 쓰겠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유족에게 명예 졸업장을 전달했다.



gaonnuri@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