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北 미사일훈련, 공세적 대미경고·핵 실전운용 과시"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김효정 홍국기 기자 = 북한이 7일 주일 미군기지 타격 을 위한 탄도미사일 발사훈련을 했다며 '핵전투부 취급질서 검열'이라는 새로운 내용을 훈련했다고 밝힌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은 북한이 한반도 유사시 미군의 전력 증원을 차단하려는 북한식 '거부전략'을 표출한 것이자,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한 공세적 경고 성격이 있다고 분석했다.
'핵전투부 취급'을 처음으로 언급한 것은 지난해 5차 핵실험을 바탕으로 표준화된 핵탄두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된 만큼 자신들의 핵 능력이 '쇼윈도의 전시품'이 아님을 과시하려는 의도라고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다음은 국내 전문가들의 이번 발사훈련 관련 분석.
◇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 4발은 각기 다른 목표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미사일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전술 면에서 새로운 위협으로 볼 수 있다. 큰 틀에서 보면 주일 미군기지 가운데 전력이 집중되는 곳이 요코스카, 사세보, 오키나와, 이와쿠니 등 네 군데다. 미사일 네 발을 동시다발적으로 쏜 것은 이 네 군데의 미군기지를 한꺼번에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듯하다. 한반도에 전개되는 미국의 전략자산들은 대부분 주일 미군 기지에서 온다. 주일 미군을 목표로 하는 북한식의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으로도 볼 수 있다.
북한이 언급한 '핵전투부'는 핵탄두를 말한다. 지난해 7월 20일에 처음 화성포병부대라는 명칭이 등장했을 때 훈련 내용에 대한 조선중앙통신의 표현은 "핵탄두폭발조종장치의 동작 특성을 다시 한 번 검열하였다"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핵전투부 취급질서 판정 검열"이다. 이는 엄청난 차이다. 지난해 7월은 북한의 5차 핵실험, 즉 핵탄두가 완성되기 이전으로 폭발 조종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점검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탑재할 핵탄두가 있으니, 모처에 은밀히 보관 중인 핵탄두를 탄도미사일에 조립·탑재해서 발사하는 일련의 과정, 즉 취급질서를 점검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발사장소인 동창리는 핵탄두 보관 장소 근처일 가능성도 있다.
◇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원
북한이 '핵전투부 취급질서 판정 검열'을 언급한 것은 탈취 등 보안 문제를 막고 핵탄두를 안전하게 관리하면서 미사일에 탑재해서 발사하는 것까지 관련 훈련들을 미사일 발사와 함께 실시했다는 뜻이다. 자신들의 핵 능력은 이제 '쇼윈도'에 있는 전시품이 아니며, 실전에서 운용할 수 있고 실제로 운용하기 위한 훈련을 하고 있는 무기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지난해 (5차 핵실험에서) 표준화·규격화된 핵탄두 폭발시험에 성공했다고 선전했기 때문에 앞으로 북한 전략군이 관계된 모든 미사일 훈련에서는 핵탄두와 관련한 언급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자신들이 가진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표준화된 핵탄두는 완성했다고 선언한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이제는 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해서 운용하는 훈련을 한다는 식으로 이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주일 미군기지 타격을 언급한 것은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대응 성격이 크다고 보인다. 한미 연합군사훈련 시에 일차적으로 증원되는 전력이 주일미군 전력이기 때문에 미국에 대해 자기 나름의 경고를 하는 '퍼포먼스'로 볼 수 있다.
◇ 정성윤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부연구위원
주일미군 타격이 미사일 실험의 목적이었다고 밝힌 데는 몇 가지 전략적 목표가 있다고 보인다. 미군의 증강병력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는 것을 이번에 북한이 밝혔다는 데 의미가 있는데, 전략적 의미에서 북한이 이번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해 상당히 공세적인 대응을 한 것이다.
그동안 북한의 핵·미사일의 궁극적인 군사적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미국 본토에 대한 공격능력을 강화해서 최소억지력을 증강하려 한다는 게 통설이었지만, 이는 너무나 요원한 목표인 만큼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의 현실적인 목표는 한반도 유사시 미군 증강병력을 거부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았다. 그 전조가 작년의 준중거리 미사일 집중 실험이었고, 북한의 핵·미사일 운용의 전략적 목표가 상당히 확장됐다는 것을 이번 실험에서 알 수 있다. 기존의 미국 본토를 향한 최소억지력 확보에 더해, 한반도 유사시 미군 증강을 거부하려는 '거부전략'도 동시에 채택하고 있음을 밝힌 것이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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