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오바마 출마하라" 프랑스 기성정치권 불신 심각
오바마 출마청원에 5만명 서명…오바마 포스터까지 파리 등장
1차 대선 여론조사서도 피용·아몽이 르펜·마크롱에 밀려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프랑스 대선이 승자를 가늠할 수 없는 혼전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을 대선에 출마시키자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이러한 오바마 대안 카드는 사회당과 공화당 등 기득정당 후보들이 현 대선정국에서 고전하는 양상과 맞물려 기성 정치권에 대한 프랑스 국민의 심각한 불신을 방증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6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오바마를 프랑스 25대 대통령 후보로 출마시키자는 온라인 청원운동에 현재 4만8천여 명이 서명했다.
지난달 말 시작된 이 청원운동은 이번 달 15일까지 100만 명의 서명을 받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이와 더불어 오바마의 활짝 웃는 모습과 2008년 대선 구호였던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를 프랑스어로 옮긴 문장이 담긴 포스터도 파리 시내 곳곳에 등장했다.
청원운동 주최 측은 AFP통신에 "우리는 오바마의 두 번째 임기 말에야 그의 출마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왜 오바마가 차기 프랑스 대통령이 되지 못하는가?"라고 밝혔다.
오바마가 프랑스 국적을 가진 시민이 아니어서 출마가 불가능하다는 문제가 제기되자 몇몇 주최자들은 일단 100만 명의 서명을 받아 의회가 그에게 프랑스 국적을 부여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도록 하겠다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이에 청원 주최자들조차 오바마의 출마가 실현 불가능하다고 인식하고 있지만 이는 프랑스 현 대선후보들에 대한 불만이 우회적으로 드러난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 주최자는 "모두 농담이긴 하지만 의미는 있다"며 "프랑스 유권자들은 현 대선 후보들과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지지표가 아닌 반대하는 표만 던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기득권 정치인들이 대선을 앞두고 외면당하는 분위기는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프랑스 여론조사기관 Ifop가 지난 2∼6일 유권자 1천38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1차 대선 지지율 조사에 따르면 극우당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26.5%)과 중도신당의 에마뉘엘 마크롱(25.5%)이 접전을 벌이며 선두권을 지켰다.
반면 제1야당 공화당의 프랑수아 피용(19%)과 집권 사회당의 브누아 아몽에 대한 지지는 이보다 한참 뒤처진 19%, 13.5%에 각각 그쳤다.
현재 피용은 부인과 아들의 세비 횡령 스캔들로, 아몽은 지지율이 바닥을 찍은 프랑수아 올랑드 현 대통령의 복제판이라는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다른 여론조사기관 오피니언웨이와 칸타 소프레스의 조사에서도 르펜과 마크롱은 20% 중반대의 지지율을 기록한 데 반해 피용과 아몽은 1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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