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감격한 이스라엘…"가장 힘들었지만 그만큼 가치 있는 경기"
켈리 트위터로 감격…자이드 "한국에서 한국을 꺾었다"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한국 야구가 충격에 빠진 날, 이스라엘 선수들은 생애 최고의 경험을 했다.
6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서울라운드 개막전에서 이스라엘은 한국을 2-1로 꺾었다.
국내 언론뿐 아니라 외신들도 '충격', '이변'이라고 표현할 만큼 예상 밖의 결과였다.
예상을 뒤엎은 이스라엘 선수들은 신이 났다.
2번타자 3루수로 출전한 타이 켈리(뉴욕 메츠)는 경기 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네 생애 가장 힘들었지만, 그만큼 가치 있는 경기"라고 썼다.
이날 경기는 연장 10회까지 열렸고, 혈전이 펼쳐졌다.
켈리는 4타수 무안타 1볼넷에 그쳤지만, 3루에서 견고한 수비를 펼치며 한국의 득점을 막았다.
이스라엘 승리의 주역 조시 자이드는 SNS에 "우리가 이겼다. 한국에서 한국을 꺾었다"며 "아직도 숨이 가쁠 정도다"라고 감격을 드러냈다.
그는 경기 뒤 MLB닷컴과 인터뷰에서 "이스라엘 팀으로 우리는 최상의 경기를 펼쳐야 한다. 책임이자 의무"라며 "미국 마이너리그와 고교 시절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적이 있다. 하지만 WBC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고 했다.
자이드는 8회부터 등판해 3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 4탈삼진으로 막고 승리투수가 됐다.
이스라엘은 야구 불모지다. 하지만 미국 무대에서 뛰는 유대인들이 WBC에서 이스라엘을 대표해서 뛴다.
폴 골드슈미트(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족 피더슨(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이언 킨슬러(디트로이트 타이거스), 라이언 브론(밀워키 브루어스), 케빈 필러(토론토 블루제이스) 등 메이저리그 스타 플레이어는 WBC 출전을 거부했다.
대니 발렌시아(시애틀 매리너스)는 이스라엘에 야구 홍보를 하는 여행을 다녀오고도 고민 끝에 팀 스프링캠프를 택했다.
이스라엘이 최종 엔트리를 투수 16명, 야수 12명으로 구성한 것도 투수전을 대비한 전략이 아닌, 야수를 끌어모으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대표팀에는 전 메이저리거나 현재 소속팀이 없는 선수가 많다. 자이드만 해도 2016년 시즌 종료 뒤 메츠에서 방출된 후 새 소속팀을 찾지 못했다.
다양한 사연을 안고 이스라엘의 깃발 아래 모인 마이너리거들이, 한국 땅에서 2006년 WBC 4강, 2009년 준우승에 빛나는 한국 대표팀을 눌렀다.
그들로서는 감격해도 좋을 역사적인 승리였다.
jiks7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