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총장고발불참' 확인서 쓴 조교 우선채용 의혹

입력 2017-03-07 06:15
동국대, '총장고발불참' 확인서 쓴 조교 우선채용 의혹

동국대 "조교 계속해야 할 사정 있는 학생 배려…불공정 없었다"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조교들의 퇴직금과 4대보험금, 연차수당 등을 주지 않은 혐의로 총장·이사장이 고발된 동국대가 새로 조교를 선발하면서 '총장고발불참' 확인서를 제출한 대학원생을 우선 채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7일 연합뉴스가 입수한 동국대 내부 메일을 보면 "확인서 제출 인원 가운데 행정조교 근무를 원하는 경우 반드시 본인이 지원서를 제출하게끔 해달라"며 "해당 학생이 누구인지 저(메일 발신인)에게 개별적으로 알려주면 해당 학생이 해당 대학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 메일은 교원인사팀 직원이 각 단과대학 간부에게 보낸 것이다. 이에 따라 동국대가 이번 학기에 조교를 채용하면서 총장 고발에 불참하겠다는 확인서를 쓴 조교를 우선해 뽑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대학원생들 사이에서 일고 있다.

동국대 대학원 총학생회는 지난해 12월 조교 노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한태식(보광스님) 총장과 임봉준(자광스님) 법인 이사장을 서울고용노동청에 고발했다.

그러자 동국대는 지난달 초까지 조교 52명과 면담해 '저는 학생으로서 본분에 충실하고자 하며 이 사건으로 인해 총장님과 이사장님을 비롯한 학교의 관계자들이 처벌을 받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러므로 본인을 고발 대상자에서 제외하여 주시기 바란다'라는 내용의 확인서를 쓸 것을 요청했다. 면담자 중 37명이 실제로 확인서를 썼다.

학교 측은 당시 "노동자로 인정받으면 소득세와 4대 보험료를 내야 해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오히려 줄어든다. 대학원 재학생을 행정조교로 두는 제도도 폐지될 수 있다"며 조교들을 회유하기도 했다.

아울러 학교 측이 기존 행정조교 인력을 20% 감축하고, 이번 학기부터 이들을 신교육조교(대학원생 지원 가능)와 행정인턴(대학원생 지원 불가)으로 나눠 운용하기 시작한 터라 고발 참여자들이 조교로 채용될 기회는 더 줄었다.

동국대 측은 신교육조교와 행정인턴 모두 노동자성을 인정받아 4대보험금·퇴직금·연차수당 등 인건비가 늘어났으므로 전체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대학원생들은 모든 근무환경과 조건이 같은데도 행정인턴만 대학원생 지원을 막은 의미를 도무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신정욱 전 대학원총학생회 회장은 "총장이 전체교수회의에서 조교문제를 전향적으로 해결하겠다고 하더니 편가르기식으로 갈등을 야기한다"며 "채용에 불이익을 받은 조교들을 중심으로 이 문제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동국대는 "확인서를 쓴 학생 중 조교를 계속해야 할 사정이 있다고 말한 이들이 있어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배려했을 뿐"이라며 "조교 면접은 각 단과대학이 진행하므로 학교 당국이 선발에 불공정하게 개입할 여지가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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