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광지 태백 24년 역사 '현수막 정치' 최대 위기

입력 2017-03-07 06:30
폐광지 태백 24년 역사 '현수막 정치' 최대 위기

기업 유치 찬성 300개 게첨…반대 측, 철거 요청

(태백=연합뉴스) 배연호 기자 = 폐광지 강원 태백지역 사회의 일명 '현수막 정치'가 최대 위기를 맞았다.

태백시 지역현안대책위원회(현대위) 등이 지난달 23일 일제히 내건 '귀금속산업단지 유치 환영' 현수막 철거 요청 민원이 공식적으로 접수됐기 때문이다.



현대위는 태백지역 범주민단체 연합기구다.

태백에서 현수막은 대정부 투쟁 등 각종 현안에 주민 참여를 유도하고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혁혁한 역할을 했다.

역사만 20년이 넘었다.

태백 전역이 현수막으로 처음 뒤덮인 때는 1993년 7월 태백시민 생존권 찾기 총궐기 대회다.

당시 태백시민 생존권 찾기 운동본부는 시민 참여를 독려하고자 시 전역에 현수막을 걸었다.

이때부터 대체산업 유치 촉구 등 현안 해결을 위해 정부 또는 강원랜드를 상대로 집단행동에 나설 때마다 태백은 현수막으로 물결쳤다.

귀금속산업단지 유치 찬성 현수막도 같은 맥락이다.

현재까지 300개가 넘게 걸렸다.



그러나 이번은 상황이 다르다.

귀금속산업단지 조성 예정지 동점동 주민으로 구성한 유치반대위원회가 불법 현수막이라며 지난달 27일 철거 요청 민원을 시에 냈다.

지역 공동 현안 관련 현수막 철거 요청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현대위 측은 절박한 지역 현실에서 기업 유치가 절체절명 과제라며 자진 철거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유치반대위 측은 불법이고, 내용도 '양해각서 체결 환영' 등 왜곡됐다며 시가 강제 철거하지 않는다면 상급기관에 제소하는 등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다.

민원 처리 시한은 8일이다.

중간에 낀 태백시는 난감한 분위기다.

태백시 관계자는 7일 "자진 철거 하지 않는다면 강제 집행에 나서야 하지만, 공익을 위한 현수막이고 첫 사례이기 때문에 현재로써는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결정하기 어려운 것도 솔직한 심정이다"라고 말했다.

b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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