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사드보복에 日전문가들 "과도한 中의존 줄여야" 한목소리 조언
이종원 와세다대 교수 "미국에 역할 요구해 함께 풀어 나가야"
니시노 준야 게이오대 교수 "힘 이용한 보복에 굴복선례 남겨선 안돼"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의 국제정치 전문가들은 최근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국 배치 문제로 중국이 보복성 조치를 단행하고 있는 것과 관련, 지금이라도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줄이라고 조언했다.
니시노 준야(西野純也) 게이오대 현대한국연구센터 소장은 6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의 배경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미·중 관계, 중국 내부 정치 일정, 한국 내부의 정치적 불안 등 3가지 요인이 작용한 결과라면서 이런 의견을 냈다.
그는 "중국이 사드 문제를 트럼프 행정부 이후 대응해야 할 첫 케이스로 보는 것 같다"며 "여기에 중국 내부 정치 사정으로 올가을 제19차 당 대회를 앞두고 있어 사드 문제에 대해 강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겹쳤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 탄핵으로 한국 내 정치적 리더십이 없는 상황을 이용해 중국 정부가 사드 문제를 빌미 삼아 한국 흔들기를 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니시노 교수는 그러면서 2012년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열도 갈등 당시 일본과 중국 관계를 사례로 들면서 "한국이 지나칠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당시 중국은 일본 정부가 양국 간 영유권 분쟁지인 센카쿠 열도에 대해 국유화를 전격 선언하자 일본 자동차 불매운동과 더불어 일본관광 제한 등의 보복조치를 취했다.
그는 "일본 정부는 중국에 대해 '힘을 이용한 보복에는 굴복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켰다"며 "이번 갈등에서 한국 내에서 중국의 조치에 놀라 기존의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지만, 이는 힘으로 압박하면 굴복한다는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길 수 있는 만큼 삼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사드 배치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검증을 하는 게 옳다"며 "검증 후 정책을 바꾸면 모르겠지만 단지 중국의 보복에 무서워 굴복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종원 와세다대(국제정치학과) 교수 역시 중국이 내부의 정치 상황을 의식해 사드 문제에 대해 예상보다 강하게 반발한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시진핑이 올해 임기가 끝나고 다음 임기로 넘어가는 상황이니 국내에서 (사드 문제와 관련해) 약한 모습을 보이긴 어렵다. 이는 미국 트럼프 정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여서 강경책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하며 이런 상황에 대해 한국 정부의 대응책이 너무 부실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예상됐던 중국의 반발에 대해 제대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며 "중국의 보복에 대해 중심을 잡고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 같은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이 교수는 2012년 중일 갈등 때와 지금의 한·중 갈등의 배경이 다른 만큼 당시의 일본에 비해 한국이 받는 피해가 더 클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일본의 경제력이 한국보다 낫고, 중국 의존도가 높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시의 상황과 지금의 갈등을 단순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일본은 2000년대 들어 중국에서 반일 시위가 잇따르면서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쪽으로 일찌감치 눈을 돌리며 리스크를 분산해 놓아서 당시 피해가 그렇게 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은 그동안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있었음에도 중국의 선의만 믿고 제대로 준비를 하지 못했다"며 "지금이라도 전통적인 우호 관계만 믿을 게 아니라 과도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사드를 형식적으로는 미국이 배치하는 것인 만큼, 문제 해결 과정에서도 미국을 끌어들이면서 답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사드 문제는 한·중 문제일 뿐 아니라 미·중 문제이기도 하다. 한·중 관계만 생각하면 대응 수단이 한정적이다"며 "미국에도 일정한 역할을 요구하면서 함께 문제를 풀어나가려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bk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