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땅에 '아라파트路' 안돼"…도로 표지판 철거
(서울=연합뉴스) 정광훈 기자 = 야세르 아라파트 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이름을 딴 이스라엘 도시의 도로명이 이스라엘 정부의 압력으로 바뀌게 됐다.
5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아랍인 도시인 자트시 당국은 아리에 데리 내무장관의 지시에 따라 아라파트의 이름을 딴 도로 표지판들을 모두 철거했다.
앞서 데리 장관은 자트시 측에 48시간 내 아라파트 이름을 딴 도로 표지판들을 철거하라고 지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페이스북에 "이스라엘 국가 안에 야세르 아라파트라는 이름의 도로는 있을 수 없다"며 "표지판을 제거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결정이다.
데리 장관은 자트시 당국이 아라파트라는 이름의 도로 표지판들을 철거하기로 한 결정에 만족한다며, 시 당국이 "논란의 소지가 있는 다른 표지판들"도 철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자트시 당국은 2008년 시내 도로의 이름을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이자 팔레스타인자치정부 수반이었던 아라파트의 이름을 따서 '아라파트로'라고 지었다. 아라파트 전 수반은 2004년 사망했다.
데리 장관은 자트시장에게 서한을 보내 도로명을 변경할 때 10일 안에 내무부에 통고하도록 돼 있으나 아라파트로의 경우, 내무부 승인을 받지 않아서 정식 등록돼 있지 않다며 48시간 내 표지판을 철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레츠는 한 우익단체와 상이군인 단체가 지난주 데리 장관에게 아라파트의 이름을 딴 도로와 관련해 항의했다고 보도했다.
우익단체 임 티르추의 마탄 펠레그 대표는 데리 장관에게 보낸 항의 서한에서 "이스라엘의 도로 이름을 주요 살인자 이름을 따서 짓는 것은 웃음거리이고, 지난 수년간 테러리스트들에게 목숨을 잃은 수많은 이스라엘인들의 뺨을 때리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상이군인 단체의 항의 소식을 접한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4일 페이스북에 이 사실을 올리고 데리 장관과 이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모하메드 와타드 자트시장은 하레츠에 "이스라엘 정부뿐 아니라 이스라엘 역대 대통령과 총리들도 (아라파트를) 평화의 인물로 인정해왔다"면서 "그들은 아라파트와 평화협정에 조인했고, 아라파트는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따라서 "아라파트의 이름을 도로명에 쓰는 것을 법적으로 도덕적으로 막을 수 없다"며 "우리는 법에 따라 그렇게 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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