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국방비 수십년만에 첫 비공개…영유권 분쟁·매파 의식했나
(홍콩=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 중국 정부가 수십년 만에 처음으로 국방비 총액을 대내외에 공개하지 않아 배경이 주목된다.
6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재정부가 전날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 제출한 올해 예산 보고서에는 예년과 달리 국방예산 총액이 빠져 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이날 전인대에 제출한 정보 업무 보고서에서 "군대에 대한 공산당의 확고한 지도력을 유지하면서 지속적으로 군 개혁을 심화할 것"이라며 군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하고도 국방예산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지극히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대신 중국 정부는 일부 군 인사들에게 국방예산을 개별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부는 작년까지 오랫동안 국방예산 총액을 포함한 예산보고서를 전인대 개회식 때 배포해왔다.
리펑산 중앙군사위원회 기율검사위원회의 전인대 대표(소장) 등 전인대에 참석한 일부 군 인사는 중국 인민해방군 군사과학연구원의 천저우(陳舟) 연구원(소장)이 지난 4일 비공개회의에서 국방예산에 관해 설명했다고 전했다.
다른 전인대 대표들도 국방예산 관련 문건을 받았지만, 회람이 제한된 문건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국방비 총액을 이처럼 공개하지 않은 것은 중국의 군비 증강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와 대폭적인 국방비 증액을 바라는 군부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중국의 올해 국방예산이 푸잉(傅瑩) 전인대 대변인이 밝힌대로 7% 안팎으로 증가할 경우 전년 9천540억 위안에서 1조200억 위안(약 171조 원)으로 늘어나며 1조 위안 돌파가 현실화할 경우 자칫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당사국들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장윈링(張蘊嶺) 중국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외부 세계가 (중국의) 군 지출 증가율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민감한 수치를 공개하기를 원치 않는 것이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한 퇴역 대교(大校·한국의 대령과 준장 사이)는 올해 국방예산 증가율이 작년보다 작아서 매파와 포퓰리스트를 실망시킬 수 있기 때문에 중앙 정부가 국방예산을 자세히 공개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7%의 완만한 증가율은 베트남과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안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상하이(上海)의 군사전문가인 니러슝(倪樂雄)은 완만한 증가율이 미국과 무기 경쟁에 참여하기보다 국내 경제 발전에 집중하겠다는 중국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국방예산 미공개로 불투명한 중국 국방비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이 공식적인 국방예산 외에도 외부에서 파악하기 어려운 은폐성 군사예산을 운용하고 있어 실제 군사비가 공식 수치의 3배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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