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스크 EU정상회의 상임의장 연임 난항…모국 폴란드 반대

입력 2017-03-06 10:15
투스크 EU정상회의 상임의장 연임 난항…모국 폴란드 반대

폴란드, 의장 후보로 사리우스-볼스키 의원 추천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의 연임을 저지하기 위해 투스크 의장의 모국인 폴란드 정부가 또 다른 후보를 후보로 출마시키기로 해 눈길을 끌고 있다.

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폴란드 정부는 오는 5월 임기가 끝나는 EU 정상회의 의장직 선거에 야체크 사리우스-볼스키 EU 의회 의원을 폴란드 후보로 추천했다.

지난달 의장직 연임 의지를 공표한 투스크 의장도 폴란드 출신이어서 한 국가에서 두 명의 후보가 나와 경합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투스크 의장은 그리스 채무 사태와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 등 일련의 사건에서 탁월한 관리 능력을 보여줘 회원국의 신임을 얻는 인물이어서 폴란드의 이런 행보에 회원국들은 오히려 당혹한 표정이다.

EU 의장 선출에 출신국 지지가 필수적이지는 않지만 본국 지지도 없이 출마하는 모양새가 좀처럼 상상하기 힘들다는 점에서다.

게다가 폴란드가 후보로 미는 사리우스-볼스키 의원은 폴란드에서조차 한 번도 수장 역할을 해본 적이 없는 인물이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한 회원국 외교관은 "그를 의장으로 진지하게 생각했다는 자체가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폴란드 정부가 이처럼 투스크 의장의 연임 저지에 나선 것은 "폴란드와 완전히 상반되는 지도자"이자 "쿠데타를 시도했다"는 이유에서다.

비톨트 바슈치코프스키 폴란드 외교장관은 "조국에 맞서 싸우는 후보를 지지하는 일을 상상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EU 회원국들이 고국의 지지도 못 받는 후보를 선출하는 것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연임 저지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그러나 이는 폴란드 내부의 정치 구도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 FT의 분석이다.

현재 폴란드 여권의 최고 실권자인 야로스와프 카친스키 법과정의당 당수와 투스크 의장의 오랜 갈등이 EU 무대에서 표출됐다는 것이다.

카친스키 당수는 투스크 의장이 총리로 재임하던 시절 폴란드에 반하는 음모를 세웠다고 주장하고 있다.

카친스키 당수는 또 자신의 쌍둥이 동생이자 폴란드 대통령을 지내다가 2010년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 레흐 카친스키의 사고가 당시 총리였던 투스크 의장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카친스키 당수가 이끄는 법과정의당이 2015년 집권한 뒤로 EU와 폴란드는 사사건건 갈등을 빚고 있다.

법과정의당이 헌법재판소의 기능을 무력화하고 공영방송을 정부의 선전도구로 만드는 정치 개혁을 감행하자 EU는 이런 행위가 민주주의와 법치에 중차대한 위협을 가했다고 규탄했다.

이에 맞서 폴란드는 EU를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브렉시트를 매개로 EU 개혁을 촉구하고 있다.

luc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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