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메르켈 정부 나치같다"…독일·터키 갈등격화
작년 터키 쿠데타 이후 사사건건 충돌해오다 '극언'
유럽, 난민유입 조절하는 EU-터키 협정 폐기될까 전전긍긍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독일과 터키의 해묵은 갈등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나치'를 욕으로 내뱉을 정도로 악화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독일 당신들은 민주주의가 아니고 심지어 민주주의에 가깝지도 않다"며 "당신들의 행동은 나치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격앙된 발언은 독일 정부가 독일 내에서 열릴 예정이던 터키 개헌안 지지집회를 허용하지 않은 뒤에 나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가르쳐 주겠다면서 터키 장관들의 연설을 불허하느냐"며 독일 정부를 비꼬기도 했다.
그는 "이를 국제적 자리에서 문제 삼아 전 세계 앞에서 독일을 망신주겠다"는 등 협박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다음 달 개헌 국민투표를 앞둔 터키는 터키계 유권자가 140만 명에 달하는 독일에서 개헌 찬성 집회를 열 예정이었다.
이 집회에 자국 법무부·경제부 장관 등을 파견해 개헌지지를 독려하는 연설을 하도록 계획까지 세웠다.
개헌안이 통치구조를 대통령 중심제로 바꿔 대통령의 권한을 강화하는 것이 주목적인 만큼 에르도안 입장에선 국외 지지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다.
하지만 가게나우와 쾰른 등 독일 지방자치단체들이 잇따라 집회 불허 결정을 내리자 터키는 법무부 장관의 독일 방문을 취소하고, 자국 내 독일 대사를 초치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가게나우 당국은 좁은 집회장소에 많은 인원이 몰려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불허 사유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번 불허 결정에는 독일 내 만연한 터키와 에르도안에 대한 반감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특히 이런 반감이 독일 유명 일간지 디벨트의 데니츠 위첼 터키 주재 특파원의 구속을 계기로 증폭되면서 양국간 앙금이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동안 독일과 터키가 긴밀히 협력해 풀어왔던 유럽 내 난민 문제가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재 독일 등 유럽연합(EU) 국가들은 터키와 체결한 난민송환협정에 기대어 자국으로 유입되는 난민 수를 조절하고 있다.
EU와 터키는 작년 3월 그리스에서 유럽 입성 부적격 판정을 받은 난민을 터키가 다시 받는 대신 EU가 터키에 재정적 지원을 하고, 터키인에 대한 EU 비자 요건 완화하며, EU 가입을 가속화한다는 송환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특히 100만 명이 넘는 난민을 받아들여 국내 혼란을 야기했다는 비난에 직면한 메르켈 총리는 4선 연임을 앞두고 더욱 터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하지만 이런 메르켈 총리도 "독립적인 저널리스트들은 자기 일을 할 수 있어야만 한다"며 터키 정부의 자국 기자 구속을 비판하자 양국 간 갈등이 난민송환협정 폐기까지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
이에 FT는 터키 정부가 작년 7월 발생한 쿠데타 이후 언론사 130곳을 폐쇄하는 등 '무더기 숙청'을 나서면서 양국 간 긴장이 급속도로 고조됐다며 "위첼 기자의 구속을 계기로 독일 일반 대중들의 (터키에 대한) 반감이 특히 커졌다"고 분석했다.
독일을 비롯한 주요 EU 회원국들은 에르도안 정권의 쿠데타 배후 숙청이 법치주의를 훼손하고 있어 EU 가입기준에 미달한다고 앞다퉈 지적해왔다.
한편 하이코 마스 독일 법무부 장관은 이날 에르도안의 나치 발언에 대해 "불합리하고, 악의적이고, 설득력이 없다"며 "그는 우리를 자극하려고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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