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로 뭘 할 수 있을까…위트앤시니컬 2호점은 베타테스트"

입력 2017-03-06 08:30
"시(詩)로 뭘 할 수 있을까…위트앤시니컬 2호점은 베타테스트"

시집전문서점 2호점 연 유희경 시인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사람들이 시가 좋은 건 알지만, 어쩔 줄 몰라하는 것 같아요. 지하철 스크린도어에 붙이는 것 말고 다른 방식이 있을텐데요. 시를 가지고 무얼 할 수 있을지 본격적으로 고민해보고 싶습니다."

유희경(37) 시인이 최근 시집전문서점 '위트 앤 시니컬' 2호점을 합정역 근처에 냈다. 지난해 6월 신촌 기차역 인근에서 시작한 1호점과 같은 구조다. 파스텔뮤직이 운영하는 카페 파스텔, CD·LP에 책도 파는 편집숍 프렌테와 공간을 나눠 쓰는 '숍인숍'. 시집 읽으며 음악도 듣고 차도 마시는 복합문화공간이다.

두 곳 모두 문학과지성 시인선 1번인 황동규의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부터 2002년 요절한 시인 여림의 유고 전집까지 시집만 1천500여 권이 빼곡하다. 절판된 시집 빼고는 거의 다 들여놨고, 다른 서점에 오랫동안 꽂혀 있다가 폐업과 함께 출판사로 반품되는 '보물'도 종종 입고된다.

1호점을 낼 때 호평받는 젊은 시인의 시집 전문서점으로 주목받았다. 한편에는 시집만 파는 서점이 과연 잘 될지 걱정하는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독자층의 두터움은 출판사 편집자로 9년간 일한 시인이 누구보다 잘 알았다. 외부에 변변한 간판 하나 내걸지 않은, 아는 사람만 찾아오는 서점이지만 매달 1천 권 넘게 팔린다. 8천원짜리 시집 한 권에 보통 2천400원이 남는다고 치면 장사로서도 나쁘지 않다.



지난해 가을 국정농단 사건으로 독자들이 서점 대신 광장으로 나가고, 때맞춰 문단 내 성폭력 문제가 불거지면서 한때 매출이 줄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회복됐다. 인천이나 부천, 심지어 부산에서 찾아오는 손님도 있고 토요일마다 보는 단골도 많다.

"주변에서 시집 전문서점이 안 된다고 한 이유는 한 달에 1천명 이상 와야하는데 그게 불가능하다는 거였어요. 하지만 사람들이 와서 시집 한 권만 들고 가지는 않을 거라는 게 제 계산이었어요. 두세 권, 열 권씩 사가는 분들도 많아요. 자기한테 상 준 것 같은 기분, 작은 사치를 누리는 장소 같아요."

물론 장사가 궁극적 목적은 아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극작과 출신인 시인은 희곡 창작집단 '독', 시 동인 '작란', 송승언·김소연·하재연 등 동료 시인들과 함께 하는 출판집단 '눈치우기' 일원으로 활동한다. 그는 위트 앤 시니컬을 시로써 무얼 할 수 있을지 궁리하는 '기획집단', 2호점은 '베타 테스트'로 표현했다.

위트 앤 시니컬에서 여는 낭독회가 그런 기획 중 하나다. 커피 또는 맥주 한 잔과 시집 한 권을 준다. 김소연 시인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20여 차례 열었는데 대부분 매진됐다. 2호점에서는 기형도 시인 28주기인 오는 7일 저녁 낭독회를 연다. 안태운·유계영·박세미·최현우 시인이 기형도 시를 읽는다.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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