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최순실 각본·감독·주연 '1인3역'…법원 판단은
특검 "崔 요청→朴대통령 이행→공모 관계"…법정 공방 예상
朴대통령 "어거지로 엮은 것"…삼성 "靑 강요·공갈 피해자"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전명훈 기자 = 박근혜 대통령과 '40년 지기'인 최순실(61·구속기소)씨는 이름 앞에 '비선 실세'라는 별칭이 붙어 다닌다. 국정 운영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음을 시사한다.
실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 과정에서 최씨는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삼성그룹과의 부당 거래 등 사건의 중요 고비마다 존재감을 과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최씨가 각본을 쓰고 감독·주연까지 '1인 3역'을 했다는 게 특검 판단이다.
5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특검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을 최씨가 구상·기획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최씨가 2015년 5월 박 대통령에게 대기업에서 돈을 받아 재단법인을 설립한 뒤 함께 운영하자고 제안했고 박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여 안종범(58·구속기소) 전 대통령 정책조정수석 등에 설립 작업의 실무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는 특검이 박 대통령과 최씨를 재단 출연금 관련 뇌물죄의 공범으로 판단한 핵심 근거다. 박 대통령이 재단 설립을 계획하고 최씨가 재단 인사·운영 등 실무 작업을 총괄했다고 본 검찰 특별수사본부와는 다소 다른 시각이다.
최씨는 본인의 뜻대로 재단 이사진을 구성해 조직을 장악하고 운영 방향이나 사업 내용 등의 결정권도 행사했다는 게 특검의 판단이다. 재단 내에선 '회장님'으로 불렸다고 한다.
특검은 정부와 민간 영역의 구분 없이 저질러진 각종 '인사 농단'도 최씨로부터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딸 정유라(21)씨의 이해관계가 걸린 대한승마협회 문제와 관련해 노태강 전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 등을 좌천시킨 게 대표적이다.
최씨는 노 전 국장 등이 자신의 심기를 거스르는 감사 보고를 올리자 박 대통령에게 좌천을 요청했고 박 대통령은 이를 그대로 이행했다는 게 특검 조사 결과다.
자신에게 각종 금융 지원을 제공하며 측근으로 부상한 KEB하나은행의 이상화씨를 인사 원칙과 관례를 무시하며 글로벌영업2본부장으로 앉힌 것도 '최씨 요청→박 대통령 실행'이라는 경로를 따랐다고 특검은 본다.
이에 대해 은행 측은 "조직 개편과 본부장 승진은 청와대 측의 요구와는 무관하게 진행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청와대와 삼성 간 부당 거래 의혹에서도 최씨는 중요한 연결고리가 됐다. 대한승마협회 회장사가 한화그룹에서 삼성그룹으로 교체된 것도 최씨의 요청에 의한 것이었다는 게 특검의 판단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 측은 최씨 모녀에 대한 승마 지원은 청와대의 강요·공갈에 따른 것으로 오히려 '피해자'이며 청와대를 통해 정부 부처의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박 대통령 변호인단은 작년 11월 검찰이 박 대통령과 최씨를 범죄 혐의의 '공범'이라고 판단한 데 대해 "상상과 추측을 거듭해 지은 사상누각"이라며 반발했다. 둘의 '공모 관계'를 입증할 객관적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특검은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물증과 진술을 토대로 거의 모든 사안에서 최씨가 주도하고 박 대통령이 이를 지원하는 형태의 공모가 인정된다고 봤다. 향후 법정에선 이를 둘러싸고 특검과 박 대통령 및 최씨 측 사이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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