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심판 선고 초읽기…증인들의 입, 어느 결론 가리키나

입력 2017-03-06 05:45
수정 2017-03-06 07:42
탄핵심판 선고 초읽기…증인들의 입, 어느 결론 가리키나

석달간 심판정서 25명 진술…주요 쟁점별 입장 극명히 갈려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임순현 방현덕 기자 =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하고, 만일 거짓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합니다."

6일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이어진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에선 총 25명의 증인이 이 같은 선서를 읽고 증언대에 섰다.

증인들의 법정 진술은 헌법재판관의 심증 형성에 큰 영향을 준다. 특히 양측이 대립하는 쟁점과 관련한 주요 진술은 결론의 방향을 가늠할 척도로 꼽힌다.

이에 지난 석 달간 출석한 증인들의 엇갈리는 진술을 탄핵 사유 쟁점마다 교차 검증했다.



◇ 비밀문건 누설은 박근혜 대통령 지시인가

국회는 박 대통령이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통해 최소 47번에 걸쳐 공무상 비밀 내용을 담은 문건을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게 전달한 점을 주요 탄핵사유로 내세운다.

특히 국회는 정 전 비서관의 행동에 박 대통령의 '지시 혹은 묵인'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그는 1월 19일 7차 변론에서 "최순실씨 의견을 들어서 반영하라는 말씀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박 대통령 측은 '말씀 자료 표현에 대해 최씨의 의견을 들어보라'고 했을 뿐 문건의 초안을 보내라 한 적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유출 문건의 범위도 "연설문, 말씀 자료 외의 다른 자료를 보내라 한 적이 없다"며 정 전 비서관의 책임으로 돌린다.

1월 16일 5차 변론에 나온 최씨는 "말씀 자료 외엔 받은 것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검찰이 압수수색으로 최씨 측에서 확보한 문건은 부처정책, 해외순방 일정표, 인사자료를 망라한다.



◇ 최순실이 적극적으로 국정에 개입했나

최씨가 전달받은 문서 등을 바탕으로 국정에 개입했는지도 쟁점 사안이다. 대통령 측은 최씨가 말씀 자료의 표현만 수정한 정도라고 주장한다.

정 전 비서관도 "인사 문건은 남들보다 하루 이틀 먼저 알라고 참고로 보내준 것이다. 최씨가 정책적으로 뭘 판단해서 고치고 할 능력은 전혀 안 된다"고 진술했다. 최씨 역시 "저는 단순 의견만 피력했지, 제가 무슨 대통령과 상의를 해서 국정을 이끌어가거나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2월 9일 12차 변론에 출석한 박헌영 K스포츠재단 과장은 "최순실이 2015년도에 문화체육관광부 2016년 예산안을 보여주며 '이거 중에 어떤 예산이 우리가 쓸 수 있고 얼마'라고 자세히 설명했다"고 증언했다.

CF 감독 차은택씨 역시 1월 23일 8차 변론에서 최씨가 국무회의 말씀 자료를 수정하는 모습을 목격했으며, 자신이 언급한 내용이 최씨를 통해 박 대통령의 실제 발언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정 전 비서관과 최씨의 통화 녹음 파일에서는 최씨가 청와대 수석회의를 잡으라고 한 뒤 실제 회의가 열린 정황이 나왔다.



◇ 미르·K스포츠재단은 누구의 것인가

박 대통령은 헌재에 제출한 최후진술 의견서에서 "전국경제인연합 주도로 문화재단과 체육 재단이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관련 수석에게서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민간에서 먼저 설립 움직임이 있었다는 취지다.

그러나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은 1월 16일 5차 변론에서 "청와대가 주도적으로 만든 게 맞다"고 정반대 진술을 했다.

애초 재단이 기업의 자발적 참여로 만들어졌다고 주장하다가 이후 번복한 전경련 이승철 상근 부회장은 1월 23일 8차 변론에서 "청와대로부터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고 얘기하란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대통령과 안 전 수석 측은 재단 설립이 국정과제의 일환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2월 1일 10차 변론에서 모철민 전 교육문화수석은 미르·K스포츠재단이 국정과제와 직접 관련은 없다고 했다. 같은 날 유민봉 전 국정기획수석도 재임 기간 재단 얘기는 듣지 못했다고 했다.

최순실씨는 아무 직함도 없이 재단의 설립과 운영을 좌지우지한 점에 대해 "잘 돌아가는지 봐달라"는 대통령의 부탁이 있었다고 했지만 대통령 측은 부탁 사실을 부인했다. 정현식 K스포츠재단 전 사무총장은 2월 7일 11차 변론에서 "이사회는 껍데기였다. 최순실이 조종한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 재단 출연 대가로 대기업에 특혜 줬나

국회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대가로 대통령의 특혜를 받았다고 중점 지목한 기업은 삼성이다. 국회는 삼성이 재단 출연과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를 지원하는 대가로 대통령이 국민연금을 동원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과 직결된 합병을 도왔다고 본다.

2월 9일 12차 변론에 나온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청와대나 삼성으로부터 합병과 관련한 지시나 요구를 받은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그는 그러나 '국민연금공단 투자위원회가 합병을 찬성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의 청와대 문건을 박영수 특별검사팀 조사 중 본 사실이 있다고도 인정했다.

삼성이 정씨를 지원한 데 대해서도 최씨는 "어떻게 딸 혼자에게 삼성 같은 큰 회사가 200억 넘게 지원하나"고 항변했다. 하지만 박헌영 과장은 "고영태로부터 삼성이 국가대표 지원 명목으로 정유라를 지원하기 위해 삼성 독일법인에서 독일의 최순실 회사로 돈을 보낸 적이 있다고 들었다"고 증언했다.

K스포츠재단이 검찰 압수수색을 앞둔 롯데로부터 지원받은 75억원을 되돌려 받은 것과 관련한 청와대의 '귀띔' 의혹에 정현식 전 사무총장은 "자금을 주고받는 자체가 좀 정상적인 모습이 아닌 거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안종범 전 수석은 지난달 22일 16차 변론에서 "4월 중순 70억원을 받았다는 얘기를 듣고 제가 바람직하지 않다, 중단하는 게 좋겠다고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답은 한참 시간이 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 대통령이 사기업체 운영·인사까지 개입했나

박 대통령 측은 최순실씨 딸의 초등학교 동창 부모 회사인 KD코퍼레이션이 현대차에 납품할 수 있게 해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을 도와주려고 했던 것"이라며 '선의'를 강조했다.

최씨는 그 대가로 명품 가방과 현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으나 대통령 측은 KD 측이 최씨와 연관있는 회사라 생각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대통령 지시를 받은 안 전 수석은 현대차 김용환 부회장을 접촉해 납품을 청탁했다. 김 부회장은 이를 수락한 이유에 대해 "부탁을 들어주지 않으면 불편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대통령이 KT에 차은택씨의 측근을 임원으로 부당하게 '꽂아넣었다'는 국회 측 탄핵사유에 대해 대통령 측은 "능력이 뛰어난데 이를 발휘할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하여 능력을 펼칠 기회를 알아봐 주라고 이야기했던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안 전 수석은 2월 22일 16차 변론에서 "대통령의 추천으로 말씀드린 것은 맞지만 그런 사례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 '세월호 7시간' 책임 물을 수 있나

국회는 '세월호 7시간' 동안 박 대통령이 직무유기에 해당할 정도로 불성실하게 근무했고, 참사 사실을 뒤늦게 알았을 뿐 아니라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는 등 대통령으로서 헌법상 의무를 저버렸다고 주장한다.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2월 1일 10차 변론에 나와 "선진국에서 대통령에게 대형 재난 사건의 책임이 있다고 하는 것을 들어 본 적이 없다"며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김 수석은 또 "참사 당일 오전 9시 30분까지가 (구조의) 골든타임이었다"며 오전 10시께 발생 사실을 알게 된 대통령의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그러나 1월 12일 4차 변론에 출석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 출신 류희인 전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비상임위원은 "재난 콘트롤타워는 청와대 상황실이며 국가 재난의 궁극적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고 상반된 주장을 폈다.

대통령 측은 헌재 요구에 따라 '7시간 행적'을 별도 서면으로 소명했으나 국회는 일부 빠진 시간대가 있고, 대통령이 서면·유선 보고를 받았다는 입증 자료도 없다고 반박했다.

bang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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