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文에 각세우며 '비문' 안기…친문 대 비문 구도 되나
구심점 없던 비문 집단지지 신호탄 분석…김종인 행보도 변수
의원멘토단장 박영선·비문 초선 영입…文과 대결구도 본격화
윤태영 총괄실장, 이철희에 바통 넘기고 TV토론단장으로 이동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선의발언' 파동 등으로 지지율 상승세에 타격을 입은 안희정 충남지사가 문재인 전 대표와 각을 세우는 동시에 '비문(비문재인)'진영 끌어안기에 나서며 반전 시도에 나섰다.
대연정과 협치라는 원칙으로 위기 국면의 타개를 노렸지만 여의치 않자 문 전 대표와의 차별화를 꾀하는 한편, '비문' 중심의 세 결집으로 반전을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세론'에 맞설 만한 이렇다 할 구심점이 없던 비문 진영도 박영선 의원을 좌장격으로 해 안 지사에 대한 집단적 지지에 시동을 걸며 본격적으로 움직이는 분위기여서 '친문 대 비문' 구도가 구축되며 세대결 경쟁이 본격화하는 흐름이다.
민주당의 비문 초선인 이철희·기동민·어기구 의원은 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 지사 지지를 선언해 본격적인 '세 불리기'에 힘을 실었다.
이 의원은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와 가깝고 기 의원은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박원순계'다. 어 의원은 손학규 민주당 전 대표와 가까운 인사로 분류된다.
안 지사 측 박수현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안 지사 지지를 선언한 '의원멘토단' 규모가 다음 주 중에 15∼20명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위원장과 원내대표를 지낸 박영선 의원이 의원멘토단의 단장을 맡을 것이 확실시된다는 게 안 지사 측의 설명이어서 세 확산에는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박 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선대위원장을 지낼 정도로 문 전 대표와 가까웠지만, 원내대표 시절 비대위원장 영입 등을 놓고 사이가 멀어졌다.
안 지사가 최근 집권 후 국회 개헌특위가 요청한다면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줄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비문 세력과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개헌파'가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지도 관심을 끈다.
박 의원 외에도 개헌 논의의 축인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가 만지작거리던 '탈당카드'를 접고 힘을 실어준다면 안 지사의 당내 세력은 문 전 대표 세력에 버금갈 것이라는 관측도 있어 김 전 대표의 행보도 변수로 꼽다다. 김 전 대표가 안 지사에 대한 지원 대신 탈당을 선택하더라도 그 자체가 김 전 대표를 영입한 문 전 대표에는 부담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안 지사도 5일 비문 초선 3인방 기자회견에 직접 참석해 "세 분의 합류는 제게 전력 보강이자 경선 승리를 향한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며 세력 규합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안 지사는 문 전 대표에 대해 공격을 자제해왔던 기존 스탠스와 달리 각세우기도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안 지사는 전날 MBN '뉴스와이드'와의 인터뷰에서 "문 전 대표의 비전과 현재의 리더십으로는 새로운 국민이 요구하는 새 대한민국을 만들기 부족하다"고 말했다.
'선한 의지' 발언이 논란이 됐을 당시 문 전 대표가 '분노가 빠졌다'고 지적한 것을 두고서도 "정치 지도자의 정의 실현과 실천을 좀 더 생각해보면 내 말이 옳을 것"이라며 "정의의 출발은 분노지만 그 실천은 사랑"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현역 의원 합류 등으로 그동안 원칙과 소신을 강조하는 데 집중해 온 안 지사의 메시지도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캠프 핵심 관계자는 "후보의 원칙은 일관될 수 있지만 전략은 상황에 맞게 가져가야 한다"며 "경선 과정에서 발생하는 현안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필사'로 불리는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이 이철희 의원에게 총괄 자리를 내주고 TV토론단장으로 옮기는 등 캠프의 '최전방'이 현역 위주 공격수들로 정비됐다.
안 지사가 '비문'을 끌어안으며 대선후보 경선이 본격적으로 '친문'계와 세 대결로 흘러갈 것이라는 지적에 문 전 대표 측은 직접적인 대응을 피하는 모양새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지를 선언한 초선 의원들이 '비문'이라 보긴 어렵잖은가"라며 "캠프에서도 현역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지, 친문이냐 비문이냐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자연스럽게 후보를 향한 지지를 표시하는 과정으로 본다"며 "경선 후에는 함께 하나가 될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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