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외교안보 고위대표, 세르비아 의회 연설 도중 야유받아

입력 2017-03-04 23:35
EU외교안보 고위대표, 세르비아 의회 연설 도중 야유받아

親러 성향 의원들 "EU가입 원하지 않는다" 외쳐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발칸 반도 서부에 위치한 국가들을 순방 중인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 대표가 세르비아 의회에서 연설 도중 친(親)러시아 의원들로부터 야유를 받았다.

모게리니 고위 대표가 3일 베오그라드에 있는 세르비아 의회에서 세르비아의 지역 내 역할과 EU 가입을 위한 선결 조건 이행 등을 주제로 한 연설은 친 러시아 성향의 극단적 국가주의자 의원들의 소동으로 방해를 받았다.

이들은 주먹으로 의석을 두드리며 '세르비아, 러시아는 EU를 원하지 않는다"는 구호를 외치는가 하면 '세르비아는 EU를 믿지 않는다'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펼치기도 했다.

모게리니 대표는 소동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자 "내 연설은 길다. 경청해달라"고 요구하며 25분에 걸친 연설을 이어갔다.

그는 "세르비아는 항상 서로 다른 세계의 교차로에 존재해왔다"는 말로 세르비아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언급하며 세르비아가 발칸 반도 역내 평화 유지에 막대한 책임을 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세르비아와 서발칸 국가들, EU는 밀접히 연관돼 있고, 서로를 필요로 한다"며 특히 발칸 반도와 유럽 전체에 불안과 긴장이 조성된 미묘한 시점에 서로 간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의회 연설 후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총리와의 합동 기자회견에서 "발칸반도의 평화는 유럽의 평화"라며 "그런데 우리는 최근 발칸반도의 평화를 해치는 몇몇 시도에 직면했고, 앞으로도 그럴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부치치 총리는 모게리니 대표의 연설 도중 발생한 일부 의원들의 돌발 행동에 대해 "신사답지 못했다"고 유감을 표명하며 "세르비아는 유럽 노선을 확고히 유지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친서방 성향의 부치치 총리는 세르비아의 EU 가입을 밀어붙이고 있으나 전통적 우방인 러시아와의 동맹 강화를 촉구하는 세르비아의 또 다른 정치 세력은 EU 가입에 반대하고 있다.

유고 전범으로 세르비아 급진당을 이끌고 있는 보이슬라브 셰셸 대표는 이날 의회에서의 소동에 대해 "이번 일은 세르비아가 EU 가입이 아니라 러시아와의 통합을 원한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1990년대에 정치적, 인종적, 종교적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분출하며 유고 연방 해체와 잔혹한 내전을 겪은 발칸반도 서부 지역은 각 나라 사이의 해묵은 원한과 민족 구성이 복잡한 국가 내부 대립이 해소되지 않으며 최근에도 긴장감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이후 미국의 대(對)발칸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며 러시아가 지정학적 요충지인 이 지역에서 영향력 확대를 꾀할 것이라는 우려감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모게리니 대표는 이런 분위기 속에 세르비아를 비롯해 몬테네그로, 알바니아, 보스니아, 몬테네그로, 코소보 등 EU 가입을 원하는 서발칸 6개국을 차례로 방문해 EU가 현재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 등으로 어수선한 상황이지만 여전히 서발칸 국가를 새 회원으로 수용할 의지가 있음을 재차 천명했다.

또, 각 나라들에 EU 가입의 선행 조건인 역내 안정을 위한 상호 적대감 해소와 협력을 당부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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