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예방하려면 출동 경찰에 강제체포권 줘야"

입력 2017-03-05 06:15
"가정폭력 예방하려면 출동 경찰에 강제체포권 줘야"

고려대 이경자씨 석사논문…"사법체계 개선 통한 가해자 관리 필요"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가정폭력을 예방하려면 경찰에 강제체포 권한을 주고, 접근금지와 같은 임시조치를 경찰이 직접 법원에 청구하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5일 고려대에 따르면 이 대학 사회복지학과 이경자씨는 최근 발표한 석사 논문 '경찰의 가정폭력 개입과 대응에 관한 질적 연구'에서 "가정폭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최근 논의되는 사법체계 개혁이 필요하다"면서 이 같이 주장했다.

이씨는 지구대 경찰 6명, 여성청소년수사팀 형사 4명, 가정폭력 전담경찰관 3명, 가정폭력 피해자 3명, 가정폭력지원기관 종사자 4명 등 총 20명을 심층면담·관찰하는 방법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에 따르면 가정폭력 피해자 상당수는 가해자가 처벌받기를 원하지 않았다. 여성가족부의 2013년 조사에서 가정폭력 피해자의 약 40%는 '가족이니까' 등 이유로경찰에 신고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폭행죄는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처벌하지 않는(반의사불벌) 죄여서 경찰은 가해자를 입건할 수 없다. 가해자가 폭행을 훨씬 뛰어넘는 중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만 긴급 체포할 수 있다.

그러나 가정폭력은 재범 확률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 피해자가 가해자 처벌을 꺼리는 이유도 '구속되지 않으면 찾아와서 보복할까 봐'인 경우가 많다. 경찰이 철수하고서 즉각 재범행이 일어나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사건도 드물지 않다.

이 때문에 이씨는 사건 발생 시점에 출동한 경찰이 피해자와 가해자, 집안 상태 등 현장을 보고 스스로 판단해 가해자를 체포할 수 있게 하는 '강제체포제도'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씨는 가정폭력 사건에 '체포의무규정'(mandatory arrest laws)을 둔 미국의 사례를 근거로 들었다. 경찰이 봤을 때 가정폭력 피해자를 물리적 폭력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거나, 폭행이 됐다고 믿을만한 사유가 보이면 가해자를 현장에서 체포하는 규정이다.

이씨는 "강제체포 규정이 시행되면 가해자 의식이 달라져 폭력 억제 효과도 있다"면서 "강제체포제도 신설이 어렵다면 긴급임시조치 항목에 '유치장 유치'를 추가하는 대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울러 가해자를 피해자로부터 격리하는 한편 100m 이내 접근과 전화 등을 금지하는 긴급임시조치가 지체되고 있는 점도 지적했다.

서류절차가 복잡하고, 검찰을 거쳐 법원 판단까지 기다리느라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가정폭력 피해자 긴급보호명령을 출동한 경찰이 현장에서 직접 지방법원 판사에게 전화로 신청할 수 있다.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에서는 경찰이 가해자에게 퇴거·복귀금지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씨는 이러한 외국 사례를 적극적으로 검토해 현장 경찰관에게 임시조치 권한을 주는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연구결과 지구대 경찰관은 가정폭력 사건의 약 70%를 현장에서 종결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근본적인 가정폭력 예방을 위해서는 사법체계 개선을 통한 가해자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h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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