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천신만고 끝에 '불모지' 호남서 시도당 창당

입력 2017-03-05 08:00
바른정당, 천신만고 끝에 '불모지' 호남서 시도당 창당

이종구 정책위의장이 산파역…지지호소 편지 1천통 발송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보수의 적통임을 자처하는 바른정당이 5일 천신만고 끝에 다름없는 광주·전남에서 시도당 창당대회를 개최한다.

야권의 전통적 텃밭이자 보수진영으로서는 불모지나 다름없는 호남에서, 그것도 신생정당이 창당의 깃발을 올리는 것은 그 의미가 작지 않다.



실제 한국갤럽이 지난달 28일부터 2일까지 전국 유권자 1천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신뢰수준 95%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바른정당의 광주·전라 지지율은 3%에 그쳤다.

단 한명의 지역구 의원도 없는 험지에서 바른정당이 지역 창당대회를 여는 것은 대단한 모험이라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당내에서도 자칫하면 망신만 당할 수 있다는 우려섞인 시각도 나왔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깨끗한 보수' '따뜻한 보수'라는 창당이념을 실현하고 외연 확장을 꾀하기 위해서는 다소 위험을 무릅쓰더라도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었다.

이에 따라 바른정당은 광주·전남 시도당 창당대회를 성사시키기 위해 적지 않은 공을 들였다.

민주화 운동을 이끈 호남의 정신을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당의 정강·정책 전문(前文)에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명시하는가 하면, 이날 행사에 앞서 당 지도부와 대선 주자들이 5·18 민중항쟁추모탑을 참배하기로 했다.

특히 이종구 정책위의장이 광주·전남 창당대회를 위해 동분서주했다는 후문이다.



이 정책위의장의 부친인 고(故) 이중재 전 의원은 전남 보성에서만 세 번 국회의원 배지를 단 6선(選) 의원 출신이다.

광주·전남 지역 현역 의원이 한 명도 없는 탓에 이 정책위의장이 총대를 메고 사전 정지작업에 나섰다.

이 의장은 창당 이후 한 달 동안 광주·전남 지역 유지와 명망가들에게 바른정당의 창당을 알리고 지지를 호소하는 편지를 1천 통 넘게 보냈다고 한다.

이 의장은 편지에서 바른정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하고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존중한다는 점, 호남의 민심을 받들고 과거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과는 전혀 다른 정당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의장은 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저희 집안의 뿌리가 호남 쪽에 있다 보니 제가 창당대회 성사를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며 "다른 욕심보다는 호남의 민심을 받드는 보수정당이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광주·전남 쪽에는 보수가 너무 가해자처럼 인식돼 있다"며 "이번 대회를 계기로 그런 이미지를 바꾸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날 창당대회는 조선대학교 해오름관에서 열리며 정병국 당대표, 주호영 원내대표, 이종구 정책위의장, 김무성 의원, 정운천 최고위원, 이혜훈 최고위원 등 주요 당직자와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도지사 등 당내 대선 주자들이 참석한다.

바른정당은 광주·전남 시도당 창당으로 16개 시도당을 갖추게 됐으며, 앞으로 충북도당이 창당하면 전국 17개 시도당 조직이 완비된다.

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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