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박주형 "이젠 욕먹어도 그냥 지나가요"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프로 스포츠 선수에게 '악플'은 떼어 놓을 수 없는 고민이다.
사람들은 너무 쉽게 키보드로 선수들을 비난하고, 부진한 선수는 마음에 더 큰 상처를 받는다.
현대캐피탈 레프트 박주형(30)도 많은 악플로 상처받았던 선수다.
그는 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우리카드 전을 치른 뒤 "예전에는 욕을 먹어도 상처를 받았는데, 이제는 '그렇구나'라고 생각하고 지나갈 수 있게 됐다"고 털어놨다.
이어 "댓글은 잘할 때만 본다"며 "오늘은 볼 수 있을 거 같다"고 미소 지었다.
박주형은 이날 현대캐피탈의 역전 우승 불씨를 틔운 주역이다.
현대캐피탈은 교체 외국인 선수 다니엘 갈리치(등록명 대니)가 기대 만큼의 기량을 보여주지 못해 고민이 깊다.
경기에 앞서 최태웅(41) 현대캐피탈 감독은 "오늘 경기는 대니 대신 박주형과 송준호가 잘해줘야 한다"고 기대를 걸었다.
박주형은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했다.
15득점을 올리며 승부처마다 고비를 넘는 데 추진력을 보탰고, 서브 득점 3개로 우리카드의 기세마저 꺾었다.
박주형은 "오늘은 초반에 몸이 너무 안 좋다가 (노)재욱이한테 믿고 달라고 말했다. (세터) 재욱이가 믿고 주니까 몸이 풀리더라. 그때부터 잘했다"고 설명했다.
대니가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만큼, 박주형의 역할도 커졌다.
그는 "(송)준호가 대니 자리에 들어가니 나는 부담이 덜 하다"면서도 "원래 제 몫을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복덩이'로 거듭난 박주형은 "4라운드 팀이 주춤했는데, 요즘 이기면서 배구가 재미있다. 이길 때 배구가 가장 재미있다"고 말했다.
박주형은 이제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재미있는 배구'를 꿈꾼다.
4b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