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이후 관광버스 예약이 딱 끊겼어요" 잔뜩 움츠린 제주

입력 2017-03-04 14:59
수정 2017-03-04 15:20
"15일 이후 관광버스 예약이 딱 끊겼어요" 잔뜩 움츠린 제주

3월 중순부터 중국인 방문 중단 예상…"정부가 대책 세워달라"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변지철 기자 = 3월 들어 첫 주말을 맞은 4일 제주는 중국 정부가 자국 여행사에 한국관광 전면 중단을 지시하는 등 '사드 보복'을 노골화하면서 잔뜩 움츠러들었다.





제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 수가 당장 줄어들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4일 주요 관광지와 면세점·지하상가·바오젠거리 등은 따뜻한 봄 날씨에도 불구하고 겨울 추위를 맞은 듯 썰렁한 모습이었다.제주도 관광협회에 따르면 이날 하루 중국인 관광객 4천여 명이 항공편으로 제주를 방문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날 항공편으로 제주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3천697명)과 견줘 8.2% 늘어난 수준이다.

전날인 3일에도 중국인 관광객 6천769명이 제주를 찾아 전년 같은 날(4천995)보다 35.5% 증가했다.

제주공항 국제선 출국장에는 이날도 사드 배치 추진 이전처럼 제주를 빠져나가려는 많은 수의 중국인 관광객들이 줄지어 있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한국 국적 항공사의 제주∼중국 직항편의 항공좌석 예약률은 50% 수준이다.

비수기인 점을 고려하면 현재는 전년 같은 시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중국 여유국은 주요 여행사에 이미 판매된 한국 관광 상품을 이달 중순까지 취소하거나 소진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항공업계는 이달 중순 전까지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꾸준히 제주를 찾겠으나 그 이후부터는 발길이 현저히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제주시 내 외국인 면세점에도 중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으나 사드 부지를 제공한 이후 끊임없이 중국의 협박과 보복성 규제에 시달려온 롯데면세점의 분위기는 침울했다.





1㎞도 되지 않는 거리의 인근 신라면세점에는 대형 관광버스가 드나들며 중국인 관광객들이 매점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지만, 롯데면세점에는 작은 봉고차에서 내린 일부 중국인들이 간간이 드나드는 모습이 대조적이었다.

익명의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사드 여파로 인해 엄청난 직격타를 맞고 있다"며 "중국인들의 발길이 완전히 끊긴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가 문제"라고 말했다.

신라면세점 주차장에는 관광버스 운전사들이 2명 이상만 모이면 중국인들의 발길이 끊길 것을 걱정하는 분위기다.

한 운전사는 "15일 이후로는 예약이 전무해 밥줄이 끊길 지경"이라며 "2년 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도 어려웠지만 이번에는 여파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더 불안한다"고 털어놨다.

다음 주부터 차츰 크루즈선 제주 기항이 취소되기 시작하면 크루즈 관광객들을 실어나르던 관광버스 업계는 물론 면세점, 주요 관광지들이 차례로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달 말 여름철 항공편 운항 계획을 새롭게 편성하면서 중국 정부가 한국 국적 항공기의 전세기편 운항을 금지하거나 중국 항공기도 운항을 줄일 것으로 예상했다.

제주의 면세점들은 중국 정부의 대응이 하루 이틀 정도로 끝나지 않으리라고 보고 장기적인 마케팅 전략을 짜고 있다.

싼커로 불리는 중국인 개별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새로운 뷰티 상품을 내놓고 다른 국적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도 공을 들이기로 했다.

중소 규모의 제주 유통업계나, 음식점, 의류 매장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줄어들게 되면 직격탄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제주 속의 작은 중국으로 불리며 중국인들로 붐볐던 '바오젠거리'와 제주시 중앙지하상가는 이날 중국인 관광객들을 거의 볼 수 없었다.

일부 개별관광 온 중국인들이 보이기는 했지만 서둘러 어딘가로 사라졌고, 중국인 대상으로 화장품을 팔던 매장은 내국인 손님만 간간이 들렸다.

비수기인 겨울철이 지나 봄이 오면 많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찾을 것을 기대하던 상인들은 3월이 됐음에도 별반 매출에 차이가 없자 실망과 함께 미래를 더 걱정했다.

강원철 제주시중앙지하상가 상무이사는 "사드 배치가 거론된 지난해 여름부터 중국인 관광객들이 크게 줄기 시작했다"며 "현재는 거의 오지 않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제주시중앙지하상가의 자체 조사에서는 2년 전 하루 200명 안팎이던 중국인 손님들이 최근에는 80%가량 줄어든 40명 안팎에 머물고 있다.

크루즈선의 제주 기항이 끊기고 항공편을 이용하는 중국인 관광객도 줄게 되면 상가를 찾는 중국인 손님은 아예 끊길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강 상무이사는 "상가 내 매장 등만이 아니라 주변 대형 음식점, 유통 매장도 상황은 거의 비슷하다"며 "정부나 도에서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b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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