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리거 없는 네덜란드 마운드, 오히려 위협적이다

입력 2017-03-04 11:16
빅리거 없는 네덜란드 마운드, 오히려 위협적이다

네덜란드 투수진, 강속구 앞세워 상무전 5안타 1실점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직접 보셨으니 아실 거 아니에요. 칠만한 공 던지던가요?"

3일 상무와 네덜란드의 연습경기가 끝난 뒤 박치왕(48) 감독은 네덜란드 투수를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 이처럼 답했다.

우리나라와 함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A조에 속한 네덜란드는 자타공인 조 1위 후보다.

2013년 WBC에서 네덜란드를 4강까지 올랐던 메이저리그 특급 유망주들은 4년이 지난 지금은 주전 선수로 도약해 한국을 찾았다.

산더르 보하르츠(보스턴 레드삭스), 유릭슨 프로파르(텍사스 레인저스), 안드렐톤 시몬스(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 요나탄 스호프(볼티모어 오리올스), 디디 그레고리우스(뉴욕 양키스) 모두 메이저리그에서 이름만 대면 아는 스타로 성장했다.

이처럼 화려한 야수진을 보유한 네덜란드지만, 대신 투수 전력은 약점으로 꼽혔다.

예비 명단에 포함된 켄리 얀선(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을 제외하면 현역 메이저리거는 단 한 명도 없고, 주로 마이너리그와 자국 리그 선수로 꾸렸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 보니 투수진도 만만찮았다.

네덜란드는 상무와 평가전에서 투수 9명을 1이닝씩 고루 기용하면서 단 5안타에 1점만을 내줬다.

42세의 노장 로비 코르데만스와 두 번째 투수 디호마르 마르크벌 정도를 제외하면 시속 140㎞ 중반대의 공을 던지는 강속구 투수들이 줄줄이 나왔다.

한국을 가장 잘 아는 릭 밴덴헐크는 등판조차 안 했지만, 상무의 타자들은 네덜란드의 계투 작전을 이겨내기에 역부족이었다.

이들이 빅리거보다 더 위협적인 이유는 실전 감각 때문이다.

3월 초 개막하는 WBC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평소보다 한 달가량 빨리 몸을 만들어야 하는데, 메이저리그에서는 부상 우려 때문에 출전을 포기하는 선수가 적지 않다.

그나마 WBC에 출전한 '비싼 몸' 빅리거도 정규시즌을 위해 100%로 몸을 만들지 않는다.

하지만 WBC를 통해 '신분 상승'을 노리는 선수는 다르다.

야구계의 이목이 쏠린 WBC에서 활약하면 큰 무대로 가는 길이 열릴 수 있다.

네덜란드 투수진은 대회에 맞춰 거의 완벽하게 몸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박 감독은 "네덜란드 투수들의 구속을 보니 투수들의 몸이 다 올라온 거 같다"면서 "특히 마지막 투수(룩 판밀)는 키가 크고 시속 150㎞까지 던져 한국에 위협이 될 거 같다"는 분석을 내놨다.

시속 150㎞ 강속구가 가장 효과적인 시기는 개막 후 2주라는 이야기도 있다.

겨울 동안 타석에 들어가지 못한 타자가 빠른 공에 적응하려면 그만큼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네덜란드와 상무의 연습경기를 지켜본 김인식 대표팀 감독의 머리는 더욱 복잡하게 됐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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