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어가는 성장엔진…멀어져가는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입력 2017-03-05 07:01
식어가는 성장엔진…멀어져가는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작년에 '3만 달러' 달성 실패 유력…올해도 어려울 듯

(세종=연합뉴스) 정책팀 = 성장엔진이 예상보다 빠르게 식어가면서 1인당 국민소득(GNI) 3만 달러 달성은 한층 멀어진 꿈이 됐다.

지난해에도 1인당 GNI 2만 달러대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한 가운데 올해에도 목표 달성은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크다.

5일 전문가들에 따르면 경제 성장률과 원/달러 환율, GDP 디플레이터, 인구 증가율 등을 고려할 때 지난해 한국의 1인당 GNI는 2만 달러대 후반으로 전망된다.



1인당 GNI는 GDP에서 외국인이 국내에서 벌어들인 소득을 제외하고 자국민이 외국에서 번 소득을 더한 뒤 GDP 디플레이터, 인구 등을 반영한 수치로, 한 나라 국민의 생활 수준을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로 꼽힌다.

1인당 GNI 3만 달러는 그간 선진국 반열의 기준으로 인식돼왔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1인당 GNI가 3만 달러를 넘는 곳은 모두 43곳이다.

노르웨이(9만3천740달러), 스위스(8만4천630달러), 룩셈부르크(7만7천 달러), 덴마크(5만8천550달러), 미국(5만5천980달러) 등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1인당 GNI는 2만7천340달러로 46위다.

성장률이 높을수록, 원/달러 환율이 낮을수록(원화 강세), 물가 상승률이 높을수록 1인당 GNI가 커지는데 지난해에는 1인당 GNI를 끌어올릴 만한 재료가 없었다.

대표적으로 성장률은 지난해 2.7%에 그쳤다. 이는 선진국이 모여있는 OECD에서도 중위권인 10위 수준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로 저물가 우려를 씻지 못했다.

지난해 평균 원/달러 환율 역시 달러당 1,160.4원으로 1년 전보다 28.9원 상승했다.

1인당 GNI가 3만 달러에 진입하려면 지난해에 2천700달러 이상 올라야 하는데 여러 여건상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작년 성장률을 바탕으로 다른 여건을 가정해 계산해보면 1인당 GNI가 2만7천600달러 정도 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국은 2006년 1인당 GNI 2만 달러에 진입한 뒤 10년이 되도록 3만 달러 벽을 뚫지 못하고 있다.

2014년 1인당 GNI가 2만8천71달러가 가장 가까이 다가갔으나 2015년에는 오히려 줄었다.

한국처럼 1인당 GNI가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로 가는 데 오래 걸린 나라는 많지 않다.

1인당 GNI와 비슷한 1인당 GDP 기준으로 볼 때 스위스는 2년, 룩셈부르크 3년이 걸렸고 노르웨이· 호주·독일·일본은 5년이 소요됐다.

한국이 1인당 GNI 2만 달러대에서 맴도는 것은 성장률이 빠르게 둔화하고 있어서다.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 각 나라의 성장률이 떨어지는 추세지만 한국의 성장률은 2008년 OECD 6위, 2009년 4위, 2010년 2위까지 올랐다가 10위권으로 내려앉는 등 더 가파르게 성장 속도가 떨어지고 있다.

특히 성숙한 경제일수록 경제 성장률이 둔화하게 마련이지만 한국은 아직 선진국 반열에 들지도 못했는데도 성장엔진이 차갑게 식고 있다.

올해에도 1인당 GNI 3만 달러 진입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정부가 2.6%로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대다수 민간 연구기관은 2%대 초반을 바라보고 있을 정도로 암울하다.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하는 가운데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데다 지난해 경제 성장을 이끈 건설투자도 올해는 지난해만 못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올해에도 성장세가 2%대 초반이라 국민소득 3만 달러 달성이 안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오 교수 역시 "엔화가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수출이 좋지 않을 수 있다"며 "탄핵 정국 등으로 기업 투자가 위축된 상황에선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달성은 불가능해 보인다"고 내다봤다.

porqu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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