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부총리 "인내심에도 한계 있다"…北 억지주장에 '경고'
"김정남 유가족 안 나서도 DNA 확보 방안 있다" 발언도
(쿠알라룸푸르=연합뉴스) 김상훈 황철환 특파원 = 말레이시아가 한국과 공모해 김정남 암살 사건을 날조했다는 북한 측의 주장과 관련해 아흐마드 자히드 하미디 말레이시아 부총리가 "말레이시아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다"고 경고했다.
4일 일간 더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자히드 부총리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 외교관들은 말레이시아를 그들이 협박해 왔던 다른 나라와 같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강철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재차 말레이시아 당국을 비난할 경우 "무거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면서 "대사로서 그는 우리나라의 법과 관행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대사는 말레이시아가 한국과 야합해 사건을 조작했다고 주장해 말레이시아 각계에서 거센 비난을 받은 인물이다. 현지 외교가에선 그가 '페르소나 논 그라타(외교적 기피인물)'로 규정돼 추방될 가능성이 거론됐다.
자히드 부총리는 김정남의 사인이 VX 신경작용제가 아닌 심장질환이라는 북한 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경찰은 다양한 채널로 입수한 강력한 증거를 바탕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정면으로 부인했다.
그는 비록 유가족 중 누구도 시신인도를 위한 DNA 검사에 응하지 않고 있지만, 말레이시아 당국은 사망자의 신원확인을 위한 DNA 샘플을 확보할 다른 방법을 갖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그는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이 가능한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자히드 부총리는 북한과 관련해 언제까지 우호적 태도로 일관할 것이냐는 취지의 발언에는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시간대를 설정하지 않은 상태"라고 답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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