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폼 논란' 강민웅 "그때의 실수, 만회하고 싶었다"

입력 2017-03-03 23:09
'유니폼 논란' 강민웅 "그때의 실수, 만회하고 싶었다"

한국전력, 강민웅 중심으로 똘똘 뭉쳐 대한항공에 역전승



(수원=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한국전력의 세터 강민웅은 비로소 마음속 응어리를 풀어낸 듯 보였다.

한국전력은 3일 수원체육관에서 대한항공에 3-1 역전승을 거뒀다. 세터 강민웅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이뤄낸 값진 승리였다.

3위 한국전력은 이날 승리로 4위 삼성화재와 승점 격차를 5로 벌리며 플레이오프 직행을 바라보게 됐다.

우승을 눈앞에 둔 대한항공이 안방에서 우승 샴페인을 터트리는 것을 저지하는 데도 성공했다.

사실 한국전력 선수들이 단단히 벼르고 나선 경기였다.

신영철 감독마저 경기 전 "우리 선수들이 운동선수의 근성이 있으면 가슴 속에 뭔가를 품고 경기에 나설 것"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한국전력은 지난달 14일 대한항공과 인천 방문경기에서 강민웅의 유니폼 때문에 마찰을 빚었다.

강민웅이 지난 시즌 유니폼을 입고 코트에 나선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1세트 12-14에서 1-14로 점수가 11점 깎여 논란이 일었다.

당시 경기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패한 한국전력으로서는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당사자인 강민웅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강민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그때 팀에 엄청난 피해를 줬다"며 "그 이후로 팀이 2경기를 더 졌다"고 돌아봤다.

그는 "사실 정신병에 걸릴 것만 같았다"면서 "정말로 중요한 경기였고, 당시 대한항공 선수들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보여서 충분히 잡을 수 있는 경기였는데도 어처구니없는 실수 때문에 졌다는 생각에 잠을 제대로 못 잘 정도로 괴로웠다"고 털어놨다.

주변의 위로도 소용이 없었다. 힘든 시간을 혼자서 이겨낸 강민웅은 지난달 26일 삼성화재전을 기점으로 살아났다.

그렇게 악연이 쌓인 대한항공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으니 더욱 특별한 승리였다.

강민웅은 "지난번에 민폐 끼친 것을 만회하고 싶었고, 대한항공이 축포를 터뜨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면서 "오늘 경기 이겨서 정말 잘 된 것 같다"고 밝게 웃었다.

다른 선수들도 강민웅만큼은 아니었지만, 대한항공의 우승을 홈에서만큼은 허락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투지를 불태웠다.

센터 윤봉우는 "코트에 들어서는 순간, (대한항공 우승 축하행사를 위한) 축포가 바로 보였다"며 "선수들끼리 여기서만큼은 축포를 터트리게 하지 말자고 다짐했다"고 소개했다.

한국전력은 이날 승리로 포스트 시즌 진출에 바짝 다가섰다.

윤봉우는 "아직 후배들에게 얘기 안 했는데, 만약 플레이오프 진출이 확정된다면 큰 경기라고 생각하지 말고 한 시즌의 한 경기라고 생각하라고 말해주려고 한다"고 했다.

그는 "경기력이 나오려면 부담감을 버려야 한다. 큰 그림을 보기보다는 한 경기 한 경기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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