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스마트] 까마귀·호박벌…알고 보면 영리한 동물들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포크로 맛있는 음식을 찍어 먹고, 높은 곳에 있는 물건을 꺼내기 위해 의자를 딛고 올라간다. 또 가위로는 종이를 자유자재로 자를 수 있다. 이렇게 도구를 쓰는 것은 사람만의 능력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자연에서도 도구를 잘 쓰는 영리한 동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964년 제인 구달 박사가 침팬지의 도구 사용을 발표한 이후 비슷한 능력을 지난 다른 동물의 사례가 속속 보고되고 있다.
조류로는 이집트 대머리 독수리가 돌로 다른 새의 알을 깨 먹는다는 것과 뉴칼레도니아 까마귀가 최소 세 종류의 도구를 만들어 쓴다는 것이 밝혀졌다.
작년에는 영국 세인트앤드루스대, 미국 샌디에이고동물원 보존연구소 등이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진이 '알랄라'(alala)라고 불리는 하와이 까마귀도 도구 사용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연구진은 보호시설에 서식하는 하와이 까마귀 100여 마리를 관찰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이들은 하와이 까마귀의 도구 사용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 나무토막 안에 까마귀가 좋아하는 먹이를 넣어두고 행동을 살폈다. 먹이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까마귀는 나무에 난 구멍이나 틈에 넣을 수 있는 적당한 나뭇가지를 주위에서 골라 먹이를 콕콕 찍어냈다.
까마귀의 도구 사용 능력은 타고났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어린 까마귀는 사람에게 특별한 교육을 받지 않았고 다른 까마귀의 행동을 보고 자연스럽게 학습했다.
심지어 우리가 '벌레'로만 보는 벌도 공을 굴려 먹이를 얻을 만큼 영리하다.
영국 런던 퀸메리대 연구진은 실험을 통해 호박벌(bumble bee)의 이런 지적 능력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벌이 자연에서 본 적 없는 물체를 이용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려 실험을 고안했다.
원형경기장 가운데 공이 들어갈 수 있는 동그란 홈을 냈는데, 공이 홈에 들어가면 벌의 먹이인 설탕물이 나온다. 벌은 경기장 안에서 시행착오를 거치며 공을 홈으로 이동시켰고, 그 보상으로 달콤한 설탕물을 맛봤다. 그리고 이런 행동을 반복하면서 벌의 공 나르기 실력은 점점 늘어 홈까지 이동하는 거리가 짧아졌다.
게다가 다른 호박벌도 이런 행동을 모방했다. 벌이 공을 나르며 먹이를 얻는 모습을 본 벌들은 이 행동을 따라 할 뿐 아니라 홈 근처에 가장 가까운 공부터 굴리는 등 상황에 맞게 응용했다.
치트카 교수는 "호박벌 역시 다른 동물처럼 복잡한 일을 해결하는 능력이 있다"며 "이번 연구는 곤충의 학습능력이 단순하다는 통념을 뒤집는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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