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우파 공화당 대선후보 교체 가시화?…쥐페 입장선회로 술렁(종합)

입력 2017-03-04 04:05
佛 우파 공화당 대선후보 교체 가시화?…쥐페 입장선회로 술렁(종합)

알랭 쥐페 전 총리 "교체후보로 나설 용의"…여론조사도 단숨에 1위

피용 "대선 완주" 입장 불변에도 캠프는 이미 와해 수준…정국 요동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위기에 몰린 프랑스 제1야당 대선후보 프랑수아 피용(62) 후보 캠프가 붕괴 직전의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후보 교체론이 다시 급부상했다.

그동안 "후보교체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프랑스 공화당 소속 알랭 쥐페(72) 전 총리가 입장을 바꿔 후보로 뛸 용의가 있다고 시사하면서 프랑스 정계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3일(현지시간) 일간 르파리지앵은 알랭 쥐페가 측근들에게 "도망가지 않겠다. 지금은 (공화당이) 집단 자살과 같은 상황에 빠져 있다"며 입장을 선회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최근 피용이 수사법원의 소환 통보를 받은 데 이어 캠프 이탈자가 속출하자 측근들에게 피용이 사퇴하면 공화당원들에게 자신의 운명을 맡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쥐페의 한 측근은 르파리지앵에 "피용이 법정에 서게 되는 상황 자체에 대해 쥐페 전 총리가 '혐오감'을 갖고 있다"면서 최근의 상황들을 지켜보며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쥐페가 피용의 대타로 출마할 경우 현재의 판도가 바뀌어 공화당이 대선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여론조사 결과도 공개되면서 후보 교체론은 갈수록 힘을 얻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피용은 아내와 두 자녀를 보좌관으로 허위채용에 세비를 횡령했다는 혐의와 관련, 최근 법원으로부터 출두명령을 받은 뒤 자택을 압수수색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하지만 그는 사법부가 정치적인 의도로 자신을 공격하고 있다고 반발하며 대선 완주 의사를 재확인했다.

그러나 당내 기류는 피용에게 매우 불리한 정황으로 돌아가고 있다.

피용에게 소장파 의원 20여 명이 공개적으로 후보 사퇴를 요구하는 서신을 보낸데 이어, 캠프 탈퇴를 선언한 의원들이 60여 명으로 급증해 선거본부가 와해 직전의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이탈한 세력의 다수는 알랭 쥐페 전 총리 계열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다수다.

쥐페 전 총리는 "(후보로 나서달라는) 요청이 나를 지지했던 사람들뿐 아니라 다른 여러 방향에서도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공화당 경선에 나섰던 정치인 장 프랑수아 코페가 쥐페를 위해 대선 출마에 필요한 500명의 후견인 모집에 나서기도 했다.

쥐페는 비록 경선에서 패하기는 했지만, 프랑스 중도우파의 대표적인 중량급 정치인이다.

온건우파 성향으로 분류되는 그는 외무장관을 두 차례 지냈고, 국방장관과 총리까지 역임하는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지난해 11월 경선에서도 대선 후보로 결정되라는 전망이 우세했으나 예상을 뒤집고 피용에게 고배를 마셨다. 현재는 보르도 시장으로 재직 중이다.

하지만 그 역시 피용이 처한 상황과 비슷한 일을 겪은 적이 있다. 그는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이 파리시장이었던 1980∼1990년대 여당 당직자들을 파리시 직원인 것처럼 위장해 시가 월급을 지급하게끔 한 사건으로 2004년에 징역 14개월형과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사건 당시 쥐페는 파리시 재정국장이었는데 이후 시라크가 대통령이 된 뒤에는 총리를 지냈다.

프랑수아 피용보다 더 경륜이 있는 정치인으로 평가되는 쥐페가 실제 제1야당 후보로 나서게 되면, 중도우파와 우파의 표가 결집해 중도신당 에마뉘엘 마크롱(39)의 아성을 뒤흔들 가능성이 커 대선 정국이 또한번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이날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는 쥐페가 피용 대신 공화당 후보로 나오면 1차 투표에서 마크롱과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48)을 제칠 것으로 예상됐다.

여론조사기관 오독사와 프랑스2 방송의 공동조사에서 쥐페는 1차 투표 지지도 26.5%를 기록해 단숨에 마크롱(25%)과 르펜(24%)을 앞섰다.

피용이 계속 대선 후보로 남을 경우 1차 투표 지지도는 마크롱이 27%로 가장 높았고, 르펜 25.5%, 피용은 19%로 나타났다.

각 진영의 대선후보가 확정된 뒤 1차 투표에서 르펜이 2위로 밀려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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