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극우 대선후보 르펜 "자유무역·세계화 환상 끝났다" 맹공
자국 우선주의 강조…佛기업이 국가에 기여시 '보상'
"외국으로 공장 옮기고 佛로 다시 수입하면 관세 35%"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의 극우성향 대선후보인 마린 르펜(48)이 세계화의 종언을 선언하고 보호무역과 국가의 경제주권 회복을 재차 공언했다.
르펜은 지난 2일 오후(현지시간) 파리 시내의 지지자 모임 연설에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중국의 시진핑, 영국의 테리사 메이에 이르기까지 경제 애국주의가 승리하고 있다"며 "얼굴 없는, 국경 없는 경제를 종식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고 프랑스언론들이 전했다.
그는 "(외국에 있던) 수만 개의 일자리가 자국으로 돌아가고 있다. 자유무역과 순진한 세계주의의 환상은 이제 끝났다"고 공언했다.
르펜의 자유무역과 세계화에 대한 적대적인 입장은 널리 알려진 것이지만 이날은 발언의 강도가 특히 높았다. 그는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을 창당한 아버지 장마리 르펜의 극우·인종혐오 발언과 거리를 두면서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선 1차 투표 지지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르펜은 "세계의 그 어떤 나라도 보호조치 없이 산업을 이룩한 곳이 없다"면서 "이론과 시스템, 모델들은 쓸모없고 현실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유무역과 세계화된 경제가 최대의 효용을 이끌어낸다는 주류 경제학의 원칙을 정면으로 공격한 것으로 풀이된다.
르펜은 "세계 어디서나 일자리가 돌아오고 있다. 어디에서나 국가가 규제와 지원, 중재 등의 핵심적 기능을 다시 가져오고 있다"면서 "이제 국적 없는 기업들과 세계화된 개인들의 시대는 끝났다"고 재차 강조했다.
프랑스의 기업들이 국가에 기여하면 보상을 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그는 "기업들은 사회적 책임을 갖게 될 것이며 프랑스에 투자하고 프랑스에서 생산하면서 국가적인 책임을 보여주는 기업들에는 보상이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외국으로 공장을 옮겨서 생산한 제품을 프랑스로 다시 수입할 경우 최고 35%의 관세를 매기는 등 프랑스에 해가 되는 일을 하는 기업을 벌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마린 르펜의 소속정당인 극우성향의 국민전선(FN) 측은 이처럼 프랑스에 있는 공장을 외국으로 옮기는 경우를 예의주시하며 노동자들의 표심을 파고들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계 가전기업 월풀이 아미앵의 공장을 폴란드로 옮기기로 하자 이 지역 FN 지구당 대표가 매일 같이 월풀 공장을 들락거리며 곧 일자리를 잃게 될 이곳 프랑스인 노동자들을 접촉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아미앵 대성당이 있는 인구 20만명의 관광도시인 이곳의 실업률은 11.9%로 프랑스 전체 평균보다 2%포인트 가량 높다.
월풀의 공장 이전으로 290여 명의 월풀 공장 근로자들과 60명의 협력업체 직원들이 일터를 잃게 될 예정이라 아미앵에서는 세계화와 공장의 외국 이전 등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다.
앞서 르펜은 지난 4일 리옹에서의 대규모 유세에서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탈퇴, 보호무역, 폐쇄적 이민정책 등을 담은 144개의 주요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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