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최순실 사건은 국정농단·정경유착…남은 재판에 최선"(종합)
"소임 다 못해 국민께 죄송…"재벌 사건 틀 만들어 놓았다"
"대통령 대면조사·靑 압수수색 무산, 우병우 수사 아쉬워"
"삼성·블랙리스트, 세기의 재판 될 것…거친수사라는 혹평은 억울"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이보배 기자 = 박영수 특별검사는 3일 "우병우, SK·롯데라든지 (의혹을) 밝혀서 특검으로서 최소한의 소임을 다했어야 했는데 그걸 못해 국민에게 참 죄송하다"고 밝혔다.
박 특검은 이날 70일간의 공식 수사 종료를 계기로 마련한 기자 간담회에서 "주어진 시간 내에 부지런히 일해서 어느 정도 국민이 알고 싶어하는 사건의 진상을 좀 제대로 밝혀야겠다는 마음을 갖고 정신없이 달려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특검은 '최순실 게이트' 의혹 규명에 나서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등에 업고 이권 챙기기에 나선 최순실씨의 행보 못지않게 한국 사회의 정경유착 구도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순실 사건은 큰 두 고리가 있는데 하나는 (최순실이) 대통령을 팔아 국정농단을 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경유착"이라며 "삼성이나 기업들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행위를 축소해서 보려는 사람들 많은데 저는 그렇게 안 봤다"고 강조했다.
박 특검은 "최순실의 입장에서도 기존에 있던 정경유착을 활용한 셈"이라며 "이제는 삼성이 이재용(삼성)이 전경련에서 탈퇴하고, 정부에서 뭐라고 해도 정당하지 않으면 안 하겠다고 하니 이렇게 나라를 개선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전 기업을 다 하는 것은 대한민국 경제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대표적으로 몇몇 기업에는 경종을 울리게 해야지 이런 취지에서 접근한 것"이라면서 재계 전반을 수사 대상으로 삼은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특검 수사를 너무 거칠다고 혹평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건 정말 억울하다"며 "그런 말 안 들으려고 오히려 특별검사답게 수사하려 했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차 구속영장이 기각됐을 때가 최대 고비였다고 회고했다. 그는 "경제 논리를 앞세우면 법이 밀릴 때가 있다"며 "제가 이상하게 재계하고 사이가 좋지 않다"며 뼈 있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박 특검은 미르·K재단 출연금 가운데 삼성의 출연금만 뇌물로 우선 규정한 것과 관련해 검찰이 향후 특검이 낸 길을 따라오기를 기대한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그는 "재벌 사건은 이미 틀을 만들어 놓았다"며 "서울중앙지검과 의견 차이가 있지만, 재판 과정에서 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특검은 수사의 최대 하이라이트로 여겨진 박 대통령 대면조사와 청와대 압수수색 무산에 강한 아쉬움을 남겼다.
그는 "결과적으로 그렇게 돼 버렸는데 저도 참 아쉽다"며 "녹음만 한다면 그것만 빼고 다 양보하겠다고 했는데 우리는 정말 조사해보려고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민정수석실 압수수색에 성공했다면 대통령 기록물에 속한 것만 봐도 그걸 유추해 민정수석이 어떻게 직권남용을 했는지를 충분히 밝혀낼 수 있었을 텐데 그런 서류조차 하나도 확보를 못 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수사가 미완성인 채로 검찰에 넘어가게 된 데에도 깊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박 특검은 "구속영장을 재청구했으면 100% 영장이 나왔을 것이지만 보완할 시간이 없어 못 했다"며 "검찰은 수사 대상 제한이 없어 수사를 잘할 것이고 안 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박 특검은 수사 이후 공소유지 과정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수사는 손을 뗐지만, 재판이 남았다"며 "앞으로 전개될 삼성 재판이나 블랙리스트 재판은 아마도 세계적으로도 관심을 두게 될 세기의 재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저희도 단단히 준비 중"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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