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수수료?'카드사 채무면제상품 안내강화에 가입자↓
금융당국 "수수료 매월 통보"…통지 의무화하자 1년간 62만명 감소
주요 카드사 신규 판매 중단하기도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정부가 카드사의 채무면제·유예상품 가입자에게 매월 얼마씩 수수료를 내는지 문자 등으로 통보하도록 정보 안내를 강화하자 가입자 수와 수수료 수익이 1년 전보다 크게 줄었다.
채무면제·유예상품은 가입자가 질병이나 실직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부닥치면 신용카드 대금 결제를 일정 기간 유예받거나 면제받는 일종의 보험과 같은 상품으로, 매월 카드 사용액의 0.2~0.6%를 수수료로 떼어간다.
이 상품은 그동안 카드사들이 고객에게 상품 정보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가입시켜 고객도 모르게 돈이 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지난해 5월 금융감독원이 카드사에 채무면제·유예상품 가입 정보를 고객에게 매월 안내하도록 강화하자 그동안 잘 모르고 가입돼있던 고객들이 대거 서비스를 해제하면서 가입자 수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5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해당 상품을 판매하지 않는 우리카드를 제외한 7개 전업계 카드사(신한, KB국민, 하나, BC, 삼성, 현대, 롯데)의 채무면제·유예상품 가입자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270만4천 명을 기록했다.
2015년 말(332만3천명)과 비교해 18.63%(61만9천명) 줄었다.
가입자가 줄면서 수수료 수입도 1천956억원으로 전년 말(2천580억원) 대비 24.19%(624억원) 감소했다.
카드사별로 보면 현대카드가 65만명에서 47만3천명으로 17만7천명(-27.23%) 줄어 감소 폭이 가장 컸다.
가입자 수가 가장 많은 삼성카드는 79만3천명에서 62만7천명으로 16만6천명(-20.93%) 줄었다. 전년 대비 회원 수가 늘어난 카드사는 없었다.
수입 수수료는 삼성카드가 579억원에서 399억원으로 180억원(-31.09%) 줄어 가장 많이 줄었고, 수입 수수료가 가장 많은 현대카드는 587억원에서 451억원으로 136억원(-23.17%) 줄어 뒤를 이었다.
카드사의 채무면제·유예상품 가입자가 줄어든 것은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이 불완전 판매를 막기 위해 정보 안내를 강화해서다.
한국소비자원은 2014년 1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접수된 신용카드 피해구제 건수 31.6%가 부가서비스를 이행하지 않거나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아 생긴 피해였으며, 이 중 약 40%가 채무면제·유예상품 관련 피해였다.
이 때문에 금감원은 지난해 5월 카드사와 '불합리한 영업 관행 개선방안 이행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맺고 채무면제·유예상품 가입자에겐 수수료율과 수수료 액수를 알리는 것을 의무화했다.
정보 안내가 강화되면서 평소에 채무면제·유예상품에 가입돼 있는지도 몰랐거나, 수수료가 얼마나 나갔는지 모르던 고객들이 서비스를 해지하면서 가입자가 많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또 카드사들도 더 이상 신규 가입을 받지 않거나 텔레마케팅을 중단하면서 신규 고객이 정체된 것도 원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가입 때부터 정확한 정보를 알리도록 규정을 강화하면서 새로 가입하겠다는 고객이 줄었고, 텔레마케팅 상담사들도 가입을 권할 유인이 크게 떨어져 회원 수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표] 카드사 채무면제·유예상품 운영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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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회원수(천명) │수입 수수료(억원) │
│ ├─────┬─────┬────┼────┬────┬────┤
│ │15년 말 │16년 말 │전년대비│15년 말 │16년 말 │전년대비│
│ │ │ │증감률 │││증감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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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카드 │303 │246 │-18.81% │259 │184 │-28.9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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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씨카드 │420 │358 │-14.76% │149 │121 │-18.7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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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카드 │793 │627 │-20.93% │579 │399 │-31.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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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카드 │669 │595 │-11.06% │483 │378 │-21.7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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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카드 │163 │130 │-20.25% │157 │136 │-13.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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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 │650 │473 │-27.23% │587 │451 │-23.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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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카드│325 │275 │-15.38% │366 │287 │-21.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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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계 │3323 │2704 │-18.63% │2580│1956│-24.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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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 여신금융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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