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경제압박에 깊어지는 시름…해법은?
중국,'사드보복' 잇따라…미 트럼프 취임후 보호무역기조 강화
회복세 수출에 찬물 우려…정치불안 따른 정부 무기력도 문제
전문가 "압박에 적극 대응해야…장기적으론 경제 의존도 낮춰야"
(세종·서울=연합뉴스) 정책·금융팀 = 세계 경제를 쥐고 흔드는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이 한국에 대한 경제공세의 수위를 연일 올리고 있다.
중국 정부는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 이후 우리나라에 대한 경제 보복 조치를 잇따라 취하고 있고,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강화하면서 한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 같은 경제공세가 최근 살아나는 우리 수출에 찬물을 끼얹어 경제 회복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 탄핵 여부를 앞두고 정책 리더십이 실종된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중국이나 미국의 공세에 아직 뚜렷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기업들의 피해 확대만 우려되는 상황이다.
◇ 중국에 미국까지…기업들 피해 가시화
중국의 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과 미국의 반덤핑 조치로 기업들의 피해는 이미 가시화하는 모습이다.
중국은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는 물론 한국 기업 전반을 대상으로, 산업을 가리지 않은 무차별 압박을 가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지난 1일 롯데가 중국에서 운영하는 유통시설에 대해 위생·안전점검, 소방점검, 시설조사 등을 벌였다.
이 같은 대대적인 일제 점검 조치는 롯데에 대한 보복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아울러 롯데와 롯데 거래처가 모든 위험을 부담하는 방향으로 신용장 발급 조건을 변경해 롯데는 물론 롯데와 거래하는 회사의 부담을 높이고, 일부 롯데 식품 계열사의 중국 내 온라인 쇼핑몰 재입점을 탈락시켰다.
전날 정오부터 롯데면세점의 4개 언어로 된 모든 홈페이지가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을 받았다가 복구되기도 했다.
롯데 이외에도 중국은 한국 기업 전반에 대한 보복 조치를 점차 강화되고 있다.
중국은 최근 자국 여행사를 통해 한국행 여행상품의 판매를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이 같은 조치가 시행되면 중국인 관광객 60∼70%가 줄고 한국의 숙박업, 면세점, 식당 매출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관측된다.
보호무역주의를 주창하는 미국의 무역 압박도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28일 한국산 인동(Phosphor CopperPhosphor Copper)에 8.43%의 반덤핑 관세 최종 판정을 내렸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나온 반덤핑 관세 최종판정인 가운데 애초 예비판정 결과인 3.79%의 두 배가 넘는 무거운 관세가 결정돼 업계의 충격이 컸다.
인동 외에도 지난 1월과 2월 한국산 화학제품인 가소제(DOTP)와 합성고무(ESBR)에도 미국 상무부가 잇따라 예비관세를 부과해 최종 판정을 기다리고 있다.
인동 최종판정을 두고 새 정부 출범 전 조사가 시작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예상보다 무거운 관세 결정 등에 비춰볼 때 한국을 상대로 한 미국의 보호무역조치가 가볍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지는 모양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은 한국의 주요 수출국이라는 점에서 최근 잇따른 조치가 더욱 뼈아프다.
중국은 지난해 한국 수출의 25.1%, 미국은 13.4%를 차지해 수출 비중 측면에서 나란히 1, 2위를 점하고 있다.
지난 2월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2% 급증하는 등 우리 수출은 지난해 11월부터 4개월 연속 상승, 오랜 부진을 털고 회복세로 들어섰다.
이같은 상황에서 중국과 미국의 경제 압박으로 살아나던 수출이 다시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사드 보복 아니다"라던 정부, 뒤늦게 대응책 마련 나서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의 보복성 조치가 확대됐지만 정부는 그동안 "사드 배치 결정에 따른 보복 조치라는 것이 명확하지 않아 공식적인 대응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정부는 지난 1월 말 발표한 대외경제정책방향에서도 '사드'라는 말 자체를 언급하지 않았다. 굳이 중국 측을 자극해 논란을 키우지 않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자국민들의 한국 관광을 금지하는 등 피해 우려가 커지자 우리 정부는 부랴부랴 3일 오전 고위당정회의를 열고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문제는 뾰족한 대책 마련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날 열린 물가관계차관회의 겸 범정부 비상경제대응 TF 회의에서 최근 외국인 관광 동향 및 대응방안을 논의하면서 "사드 배치 관련 중국측 동향과 우리 기업의 애로사항을 면밀히 점검하고 필요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강구해 나가기로 했다"는 원론적 수준의 대책만 내놨다.
대미 대응책 역시 마찬가지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정부의 대책이 무엇인지 뚜렷하지 않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최근 내놓은 '대통령의 2017년 무역정책 의제' 라는 보고서에 한미 FTA로 인해 한국과의 무역적자가 2배 이상 늘었다는 평가가 실림에 따라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는 "한미 FTA 재협상과 관련된 직접적 언급은 없으며 무역적자에 관한 객관적 수치를 제시한 것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오히려 "FTA 상대국들의 이행문제를 전반적으로 평가하며 한미FTA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 전문가들 "G2 압박 우리 경제 위협요인…적극 대응해야"
전문가들은 중국과 미국, 이른바 G2의 경제 공세가 우리 경제의 위협요인이 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백웅기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반덤핑 등의 수단을 통해 무역에서 압박을 한 적은 있어도 지금처럼 전방위적으로 가한 적은 없었다"면서 "중국 역시 사드 배치와 관련해 노골적으로 경제 제재, 보복 수준으로 나오는데 우리 경제에 상당한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수출이 우리 경제를 주도하는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의 공세로 수출마저 타격을 받게 되면 내수와의 동반침체로 경제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한미 FTA도 재협상 과정에서 양보하는 게 있을 수 있지만 우리 제품이 가진 경쟁력이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괜찮아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불확실성 자체가 상당한 부담이 된다. 국내적 불확실성에다가 해외발 불확실성까지 추가되면 우리 경제가 견디는 힘이 한계에 다다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의 보복이 지금까지가 1단계였다면 이제 2단계로 넘어가는 것 같다"면서 "무역에서 제재하는 분야가 전기전자나 반도체 등으로 넓어지면 우리 경제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고, 더 확대되면 성장률 자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피해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윤 교수는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거나 시진핑 중국 주석과 통화를 하는 등 대응을 했어야 하는데 청와대가 식물상태에 빠지면서 100 정도의 충격을 받으면 될 것이 200, 300까지 가버렸다"면서 "내부적으로 정부 대응이 시원찮은 상황이라 아쉽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미국과 중국의 압박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중국과 미국의 대한 경제의존도를 낮추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백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중국과 미국의 압박이 저절로 가라앉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당국이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면서 "중국은 중국대로, 미국은 미국대로 접촉해서 적극적인 해명, 설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과 미국에 대한 우리 경제의 의존도를 인위적으로 낮추기는 쉽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베트남 등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와 시장을 개척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 연구위원은 "중국의 경우 전면 대응을 해도 해결될 가능성이 적다"면서 "지금은 일단 외교, 통상 관계자 등이 계속 만나면서 물밑에서 협상해 작은 것들을 주고받으면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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