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사드' 치킨게임 중…출구전략 모색할 것"(종합)
NYT "중국, 한국에 극단적 경제제재 조치는 않을 것"
'中, 한국의 최대 교역국·韓도 중국 4위 교역국'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 중국이 무차별적인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보복에 나서고 있지만, 한국과의 밀접한 경제적 관계를 고려할 때 극단적인 경제제재보다는 '출구전략'을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라 제기됐다.
뉴욕타임스(NYT)는 2일(현지시간) 사드 배치를 서두르려는 한국과 미국에 맞서 중국이 전방위적인 제재를 단행하고 있다며 이것이 한국 내 반발을 키우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국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 한류 드라마의 중국 내 방영 제한,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 중국 현지매장 앞에서의 항의 시위, 심지어 소프라노 조수미의 중국 내 공연 취소까지 전방위적인 제재가 펼쳐지자, 한국 내에서의 반감도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이 이러한 전방위 제재를 가하는 것은 헌법재판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될 경우 새로 들어서게 될 정부의 사드 배치 철회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도 소개했다.
중국 인민대 청샤오허(成曉河) 교수는 "중국은 한국의 차기 대통령을 설득해 사드 배치 거부를 끌어내기를 바랐다"며 "하지만 이제는 한국의 새 정권이 들어서기 전에 사드가 배치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이를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는 1일 "짐 매티스 국방장관이 사드 배치를 최대한 서두르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미 군사 전문가들은 사드 발사대와 레이더, 발사제어장치 등의 신속한 수송을 위해 C-17 수송기를 사용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이같은 전방위 제재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중국의 밀접한 경제적 관계를 고려할 때 극단적인 경제제재 조처를 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무역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중국이 한국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지만, 한국 또한 중국의 4위 교역국이라는 점에서 성장 둔화의 어려움을 겪는 중국이 이러한 경제적 유대를 해치기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더구나 김정남 암살 사건 이후 중국이 북한산 석탄 수입을 전면 금지한 것에서 알 수 있듯, 한국에 이어 북한과의 관계마저 악화하면서 중국이 지역 내 안보 균형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도 중국의 운신 폭을 좁게 한다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미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의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도 중국 전문가인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의 기고문을 통해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실었다.
이 교수는 사드 도입과 배치, 운용 등 앞으로의 상황 전개에 따라 한국과 중국의 '치킨 게임'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며, 사드 배치의 현실화는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과 같은 파장을 불러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일본의 재무장 등에 대처해야 하는 중국에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여전히 크다는 점, 한국의 안보주권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평판을 나쁘게 할 것이라는 점, 비관세 장벽에 한계가 있다는 점 등은 중국의 제재 조치를 제한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한국에 대한 극단적인 경제 제재보다는 러시아와의 군사적 협력을 강화하고, 북한과의 유대를 지속하면서 미국과 전략적 협상을 시도할 것이라고 이 교수는 전망했다.
한국 또한 전체 무역액의 25%를 중국이 차지한다는 점과 한반도 통일에 중국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 등을 고려해 중국에 대한 맹비난을 삼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사드 배치가 한·중 관계의 중대한 '리트머스 시험지'가 되겠지만, 양국이 솔직한 소통과 대화로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합의까지는 이르지 못하더라도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면서 현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다만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갈등이 이어지고,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둘러싼 남북 관계 개선이 여의치 않다는 점, 중국의 불신을 무마할 대안 마련이 쉽지 않다는 점 등에 비춰 양국의 화해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반면, 동북아시아 전문가 왕둥 베이징대 교수는 양국 모두 자국 국가안보가 위태롭다고 여기기 때문에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다"면서 "이번 사태로 한중관계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내다봤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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